“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철거를 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왜 관리·감독하는 사람도 없었을까요?” “비슷한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말로는 ‘고친다, 고친다’ 하면서 달라진 게 하나도 없잖아요. 부디 이번에는 나아지길 바랄 뿐이죠.”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철거건물 붕괴 참사 이후 취재현장에서 만난 주민들로부터 들은 뼈아픈 얘기다. 안전수칙 위반과 관리·감독의 총체적 부실로 인한 인재(人災)가 반복된 지 오래지만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당국의 약속이 무색하게 또다시 벌어진 이번 참사에 큰 실망과 분노가 느껴졌다. 기자가 사회부로 발령받으면서 발생하지 않길 가장 바랐던 사건도 바로 이런 사회적 참사다.
우리 국민은 이미 수많은 광주와 닮은 참사를 겪어왔다. 바로 두 달 전인 지난 4월엔 광주 계림동 목조주택 리모델링 현장에서 내부 벽을 철거하다 지붕이 무너져 작업자 2명이 숨졌다. 2019년 7월 서울 잠원동에선 철거공사 중이던 건물 외벽이 붕괴돼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치는 사건이 있었다. 2017년 서울 낙원동과 역삼동에서 벌어진 철거건물 붕괴 사고도 닮은꼴이다.
광주 사고는 일차적으로 불법 재하도급 구조에 따른 부실 공정과 업계의 안전불감증 때문이지만 이면에는 지방자치단체 등 감독 당국의 허술한 관리·감독이 자리 잡고 있다. 잊힐 만하면 터지는 사고 때마다 이런 지적이 되풀이되고 잠원동 사고 이후 해체(철거)건물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한 건축물관리법이 제정됐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최춘식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광주 동구청은 지난달 14일 시공사의 해체(철거) 허가신청서를 접수한 이후 사고 발생 당일(6월 9일)까지 한 번도 현장점검을 나가지 않았다고 한다. 현장점검이 여의치 않았다면 건축사사무소 등 별도의 건축물관리점검기관에 대신 맡길 수도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 사고 전 국민권익위원회, 동구청에 제보 민원들이 들어온 것을 고려하면 이해되지 않는 처사다.
현장을 감독했어야 할 감리업체의 부실 감리 역시 사실상 감독 사각지대에 있었다. 해당 철거건물 감리회사 대표는 현장에 한 번도 나가지 않았다. 철거 과정이 규정대로 이뤄졌는지 기록이 담겨야 할 감리일지의 행방은 미궁에 빠졌다. 해당 대표가 경찰 압수수색 전, 자료를 빼돌린 정황이 포착된 만큼 철저한 의혹규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다시 한번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고위험 해체공사 현장 140여곳을 대상으로 집중 안전점검을 벌이기로 했고, 서울시는 철거 현장 상시 감리를 의무화하고 위반 시 강력 처벌하는 법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공사장 CCTV와 연계한 실시간 감독 시스템도 마련할 예정이다.
지난 14일로 사고 희생자들의 장례 절차가 마무리됐지만 사태를 수습하는 일은 이제 시작이다. 이번에야말로 당국이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한 마음으로 문제를 발본색원하고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충분한 안전의식을 현장에 안착시키고 실효성 있는 관리·감독제도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이 같은 무고한 희생은 언제든 또다시 일어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