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 월세 시장도 외국처럼 변하기 시작했다. 보증금 비중이 낮아지고 매월 내야하는 월세는 늘어나고 있다.
서민들의 자산증식과 내 집 마련 중간 단계 역활을 해왔던 전세가 문재인 정부들어 하나 둘 씩 사라지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보증금 비중이 높았던 월세 시장도 매월 내야만 하는 돈이 늘어나는 식으로 변화에 접어든 모습이다.
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기준 서울의 평균 중위월세 가격은 처음으로 90만원을 넘었다. 서울 중위월세 가격은 1년 전인 지난해 6월 88만3000원에서 12월 89만원으로 오른 뒤, 다시 다섯달 만에 90만원을 넘어선 것이다. 1년 상승률로는 2% 수준이다.
이 기간 중위 월세 보증금은 보합세를 유지했다. 서울의 중위 월세 보증금은 5월 7286만원으로 1년 전인 지난해 6월 7251만원 대비 35만원 올랐다. 상승폭은 월세 2%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0.4%다.
전체 월세에서 보증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같은 기간 전세 가격이 지난해 전세 대란을 겪으며 크게 올랐음을 감안하면, 월세의 구조 변화가 나름 가파르게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현 정부 여당은 1~2개월치 월세에 해당하는 보증금을 내는 미국식 월세가 전세를 대신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전월세 2법 시행 직후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것은 나쁜 현상이 아니다”라며 “전세 제도가 소멸되는 것을 아쉬워하는 분들의 의식수준이 과거 개발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소병훈 민주당 의원도 비슷한 시기 “(전세 제도는) 대한민국에만 있어야 하고 몇몇 나라에만 있어야 하는 등 왜 그런 문제로 서민들이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거들었다.
이에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저는 임차인입니다’라는 말로 유명해진 국회 본회의 연설에서 “고성장 시대에 금리를 이용해서 임대인은 목돈 활용과 이자를 활용했고 그리고 임차인은 저축과 내집 마련으로 활용했다. 그 균형이 지금까지 오고 있지만 저금리 시대가 된 이상 이 전세 제도는 소멸의 길로 이미 들어섰다”며 “수많은 사람을 혼란에 빠트리게 된 것”이라고 정부가 전세 소멸과 외국식 월세 전환 가속화 정책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도 전월세 신고제 시행 직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실제로 임대차 3법 이후에 월세와 반전세 거래가 조금 늘어났다”며 전세 소멸 및 보증금보다는 월세 비중이 더 높아지는 구조로 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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