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아일리시로 본 美 Z세대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1960~1979년생을 X세대, 1980~1994년생을 Y세대(혹은 밀레니얼 세대), 1995~2010년대생을 Z세대로 분류한다.

X세대는 ‘물질적’, ‘경쟁적’, ‘개인주의적’이라는 특징에 기반해 명품, 자동차 등의 소비에 주력하고 Y세대는 ‘글로벌 마인드’, ‘강한 호기심’, ‘자기 지향적’ 등의 특성과 함께 축제나 여행 참여 등 경험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진단됐다.

반면, Z세대는 정체성이 정의되지 않는 세대로 규정된다. 현실성을 추구하며 소셜미디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 중독 현상을 보인다는 게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이들의 소비 성향은 윤리적 의사결정을 따르지만, 뭔가에 의해 제한받지 않는 자유로움으로 그들만의 독특한 색채를 띤다. 무제한의 자유를 지향하면서도 현실과 유리되지 않는 절제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19세의 나이로 지난해 미 그래미상 시상식에서 여성 최초로 신인상·레코드·앨범·노래 등 주요 부문 4관왕에 오르고, 올해 제63회 시상식에서도 레코드 분야를 수상한 빌리 아일리시(사진)는 이런 미 Z세대들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통한다.

2001년생으로 Z세대 일원인 그의 음악에는 음울하고 불안한 정서가 녹아 있다. 동년배인 미 Z세대들은 그의 음악에 열광한다. 어려서부터 우울증을 앓고, 자학 증상을 보였다는 그의 위태로운 내면 세계에 또래들이 공감하고 있다는 의미다.

올초 공개된 다큐멘터리 ‘빌리 아일리시: 더 월즈 어 리틀 블러리’는 그가 어떻게 Z세대의 마음을 파고들어 그들의 ‘우상’이 되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무대에 걸터앉은 그는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에게 “너무 이상하다. 난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다. 여러분들은 왜 날 이렇게 사랑하나” 반문한다. 팬들은 고막을 찢을 듯한 환호로 대답을 대신한다.

미국 Z세대들의 열광적 반응은 그들의 성장 환경과 무관치 않다.

이들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며 가정이 붕괴되는 참상을 목격하고 경험했으며, 약물 중독이나 기후 변화에 공포를 느끼면서 성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인종 차별과 이민자·소수자 혐오의 일상화를 겪었고,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전염병의 세계적 창궐을 목도했다. 빌리 아일리시가 겪었던 우울과 불안이 Z세대의 정서와 맞닿아 있었던 것이다.

아일리시의 행보는 정체성을 드러내며 대상화를 거부하는 Z세대의 특징을 일관되게 보여준다. 이달 잡지 보그 표지모델로 등장한 그녀의 모습은 팬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그전까지 여성 가수의 성적 대상화에 반대하며 크고 헐렁한 옷을 고집했던 그녀가 몸매와 가슴선 등이 분명히 드러나는 코르셋과 치마 등을 입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아일리시가 최초로 코르셋을 입은 장면을 내보내면 어떨까’라는 편집자의 의도에 아일리시가 호응했다면서 “나는 원하면 뭐든 할 수 있다”는 그녀의 말을 전했다.

아일리시는 “맨 살을 드러내면 갑자기 위선자가 된다. 그렇고 그런 쉬운 여자로 여겨진다”면서 “살과 몸을 드러냈다고 해서 그 사람을 비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수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