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 후 제정추진

‘안전’ 최우선, 적정 공사기간과 공사비 보장

국토부·고용부…건설현장 안전관리권한 놓고 충돌

[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 지난해 38명의 사망자를 낸 이천물류창고 화재 참사를 계기로 해마다 산재 사망사고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건설 재해를 막기 위해 추진된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이 정부부처간 밥그릇싸움으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지난 2020년 4월 29일 38명의 사망자를 낸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참사 현장. [연합]
지난 2020년 4월 29일 38명의 사망자를 낸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참사 현장. [연합]

2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건설 산재를 획기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지난해 9월 발의된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안이 국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도 하기 전에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가 건설현장 안전관리 권한을 놓고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민의힘과 건설업계 반대도 만만찮고, 올해초 중대재해법이 제정되면서 여당에서도 추진력이 떨어져 공청회 일정도 잡지 못하는 등 법 제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산재로 사망한 882명 가운데 건설노동자는 절반이 넘는 458명이다. 건설 산재만 줄여도 산재 사망사고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인식에서 출발한 건설안전특별법은 산업안전보건법이나 중대재해법과 달리 건설 산재 예방에 초점을 맞췄다.

설계부터 시공·감리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발주자부터 적정한 공사비용과 공사기간을 제공하고, 원청이 안전관리를 책임지도록 건설공사 주체별로 권한에 상응하는 안전관리 책임을 부여하는게 골자다. 이런 안전관리 의무를 지키지 않아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설계·시공·감리 사업자는 물론 발주자와 원청 최고경영자도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5년 이내 재범은 가중처벌을 받는다. 회사에는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지거나 매출액에 비례하는 과징금이 부과된다. 정부 입법안을 토대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9월 발의했다.

하지만 고용부는 건설안전특별법 자체에 문제를 제기한다. 부처 간의 협업이 필요하지만, 법에서 규정하는 부처의 역할은 명확해야 하는데 부실시공 여부 등 건설품질을 관리·감독하는 국토부에 산재예방까지 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만드는 것으로, 국토부에서 법안의 목적과 정의, 다른 법률과의 관계를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별법이 산업안전보건법에 우선하기 때문에 법체계에도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국무조정실에서 이견 조정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법안명을 ‘건설품질관리법’으로 바꾸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국토부는 건설안전 측면에서 시설물과 노동자는 불가분의 관계인 만큼 건설안전특별법의 취지를 살리고 보완할 부분은 보완하면서 국무조정실에서 계속 논의해 나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