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매출 1000억弗 이상 손실
생산 중단 잇따라...업계, 노사 갈등 전망
반도체 쇼티지(Shortage)로 인한 세계 완성차 업계의 피해 규모가 올해 연말까지 1100억 달러(한화 약 124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17일 글로벌 컨설팅 업체 알릭스파트너스(AlixPartners)는 반도체 공급난으로 올해 전 세계 완성차 업계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며 이같이 추산했다. 이는 지난 알릭스파트너스가 1월 발표한 손실 추정액 610억 달러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올해 생산 차질 대수는 220만대에서 390만대로 전망됐다. 지난해 전 세계 완성차 판매량인 7264만대의 5.4%를 차지하는 수치로, 같은 기간 현대차 판매량(374만3514대)을 웃도는 규모다.
알릭스파트너스는 연내 회복 조짐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마크 웨이크필드(Mark Wakefield) 자동차 부문 글로벌 공동 대표는 “세계 주요 반도체 생산공장의 화재와 미국 텍사스 지역의 한파, 대만 가뭄 등은 자동차 산업이 늘 겪었던 일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증가가 품귀 현상을 가중시켰다”고 말했다.
부정적인 전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미국 자동차 조사업체 LMC오토모티브 역시 올해 상반기에만 반도체 공급난으로 세계 완성치 생산이 300만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포드와 스텔란티스 등 업체들은 내년까지 공급 차질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5월 공장가동을 잇달아 중단한 국내 업계는 ‘6월 위기설’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최신 편의사양을 제외한 일부 차량을 출고해 수익을 보완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으나, 안전과 관련된 반도체 부품이 부족해 생산을 전면 중단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실제 현대차는 계기판 관련 반도체 공급난으로 울산4공장 포터 생산라인을 멈춘 인후 울산3·5공장을 멈춰 세웠다. 기아도 이날부터 18일까지 스토닉과 리오를 생산하는 광명2공장의 휴업을 결정했다.
GM(제너럴모터스)의 부품공급망을 공유하는 한국지엠은 지난 2월부터 부평공장에 이어 창원공장까지 가동률을 절반으로 줄였다. 르노삼성차는 당장 생산에 타격을 입을 정도는 아니지만 프랑스 르노 그룹의 부품 공급 계획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완성차 기업의 불안감은 부품협력사로 확산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연합회(KAIA) 설문에 따르면 1~3차 협력사 78곳 중 84.6%(66개사)는 반도체 수급과 완성차 기업의 생산 차질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인력 감축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스텔란티스 미국 지사는 2교대 근무를 1교대로 줄이면서 약 1641명의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프(Jeep) 체로키(Jeep Cherokee)를 생산하는 일리노이 공장도 여름 생산 중단을 대비해 인력을 줄이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앞둔 완성차 업계의 노사 갈등이 예상되는 가운데 해외의 인력 감축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생산 감축 속에서 고정비 부담으로 인한 수익 감소가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해질 수밖에 없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율주행차를 비롯해 전기·수소차 등 친환경차의 생산이 증가하면서 필요한 반도체 수도 늘고 있다”며 “반도체 내재화를 위해 천문학적인 투자가 필요하지만, 더 늦기 전에 기술력을 확보하는 차원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찬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