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V90 크로스컨트리 B6
‘왜건(Wagon)의 무덤’으로 불리는 국내 완성차 시장에서 볼보 V60 크로스컨트리는 가장 성공한 모델이다. 지상고를 높이고 오프로드(Off-Road)의 요소를 강조한 크로스오버를 도입하면서 볼보 국내 판매의 14%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V90 크로스컨트리 외관은 기존 모델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큰 틀은 유지하면서 세부적인 디자인 포인트를 젊은 감각에 맞춘 모습이다.
우선 토르의 망치로 대변되는 LED 주간주행등과 안쪽으로 파고든 라디에이터 그릴, 블랙으로 처리한 하단 가니쉬가 눈길을 끈다. 측면은 볼보의 미니멀리즘을 대변하듯 사이드 캐릭터를 제외한 특이점이 없다. 시간이 지나도 볼보의 디자인이 질리지 않는 이유다. 소소한 변화라면 알로이 휠 디자인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왜건의 범주를 벗어난 크로스컨트리의 매력은 후면에서 잘 드러난다. 볼보가 보여줬던 세로형 후미등과 간결한 범퍼는 SUV(스포츠유틸리티차)의 느낌이 강하다. 히든(Hidden) 머플러와 뒷유리 라인에 맞춘 와이퍼 등 미니멀리즘의 미학이 풍부하다.
실내 인테리어는 패밀리룩을 그대로 따른다. 수평형 대시보드에 목재를 적절하게 혼합해 친환경적이며 단단하고 부드러운 시트 가죽이 신체를 편안하게 잡아준다.
2열 끝까지 이어져 탁 트인 개방감을 선사하는 파노라마 선루프도 V90 크로스컨트리의 최대 장점이다. 2열 시트를 접으면 차박(車泊)에 최적화된 공간을 구성할 수 있다. 차 안에서 누워 쏟아지는 별을 눈에 담는 경험에 더할 나위 없는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태블릿 PC 같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이제 익숙하다. 반응 속도와 선명도는 개선됐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등 프로젝션 기능을 작동해도 넓은 화면 덕분에 보이는 정보량이 많다. 좌우로 화면을 넘겨 각종 설정을 한눈에 확인하기도 편하다.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바워스&윌킨스(B&W) 사운드 시스템엔 ‘재즈 클럽’ 모드가 추가됐다. 개별무대와 콘서트홀보다 상대적으로 좁은 공간감에 베이스와 악기의 선명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소규모 무대를 구현해 발라드는 물론 EDM 장르에 적절하다.
아쉬운 대목은 15W 고속 충전을 지원하는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였다. 신형 아이폰의 경우 충전 위치가 잘 들어맞지 않아 실패하는 확률이 높았다. 충전되더라도 속도가 빠르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일반적인 수납공간으로 활용하게 됐다.
시승한 B6 차량엔 최고 출력 300마력, 최대 토크 42.8 ㎏·m의 가솔린 마일드 하이브리드 엔진이 탑재됐다. 직렬 4기통 터보가 가속을 담당하고 48V 배터리가 출발과 재가동을 보조하는 방식이다.
일상과 고속 주행까지 약간의 지연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회전 질감은 훌륭했다. 전기식 슈퍼 차저와 터보 기술이 저마찰 엔진 기술에 얹혀 응답성도 빨랐다. 상시 사륜구동(AWD) 시스템의 신뢰도 역시 높았다. 그러나 전륜 구동 특유의 움직임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중접합유리로 인한 소음 차단은 효과적이다. 노면 소음은 약간 유입됐다. 승차감은 단단하다고 할 수 있다. 1열에서는 기분좋은 탄성이 느껴지지만, 2열에서는 지면의 느낌이 비교적 크게 전달됐다. 불편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안전성과 편안함을 동시에 추구하는 유럽차의 일반적인 수준이다.
드라이브 모드별 차이는 경쟁모델 대비 크다. 다이내믹으로 설정하면 300마력이란 수치상 제원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 몸이 시트에 파묻힐 정도의 가속감은 아니지만, 육중한 차체(1950㎏)를 밀고 나가는 힘이 인상적이다. 에코는 변속 타이밍과 엔진 분사량의 제어로 연비 개선 효과가 뚜렷했다.
반자율 주행도 만족스럽다. 앞차와의 거리 조절 정확성은 수입차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차선 유지 기능은 길지 않지만, 안전에 초점을 맞춰 조향을 효과적으로 보완한다. 긴급제동 시스템인 시티 세이프티(City Safety)와 도로 이탈 완화(Run-off Road Mitigation) 등 안전 사양에도 믿음이 간다.
가장 인상적인 기능은 ‘자동 주차’였다. 비좁은 공간이라도 차가 들어갈 자리라고 판단하면 무섭도록 정확하게 파고들었다. 사이드미러에서 차의 뒤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전장(4960㎜)이 길어 더 만족감이 높았다. 과감하게 돌아가는 운전대를 덤덤하게 바라보려면 긴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친환경 파워트레인과 개선된 편의 사양을 갖춘 V90 크로스컨트리의 판매 가격은 B5가 6900만원, B6가 7920만원이다. B5 AWD 프로 모델은 7520만원이다. 연비 차이는 크지 않다. 복합 기준 B5가 10.3㎞/ℓ, B6가 10.2㎞/ℓ다.
파워트레인을 제외한다면 편의사양에 따른 구분이라고 보면 된다. 예컨대 파크 어시스트 파일럿 및 360도 카메라는 B5 AWD 프로 모델부터 탑재된다. 앞좌석 전동 사이드 서포트 및 마사지 기능, 바워스&윌킨스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세 모델에 적용된 휠 크기와 디자인도 다르다는 점도 구매 전 알아야 할 사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