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계절이다. 정치권에선 이번 재·보궐선거를 내년 대통령선거와 연결 지어 언급한다. 서울과 부산의 시장을 새로 뽑는 데다가 대선이 1년 남짓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치러진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차기 대선판의 상수가 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이번 재·보궐선거 국면에서 출마 후보들 못지않게 호명됐다. 검찰총장 퇴임 후 첫 공개 행보로 알려졌던 2일 사전투표 당시 그의 행동 하나하나를 두고 ‘정치적’ 분석이 이어졌다.

윤 전 총장은 어느새 대선 후보급 인사가 됐다. 지난해 후반기부터 지지율, 적합도, 선호도로 미세하게 바뀌는 차기 대선 후보 관련 여론조사에서 줄곧 앞순위를 다툰다. 여론조사는 말 그대로 여론조사일 뿐이지만 유사한 결론의 통계가 반복되면 그 자체로 하나의 현상이 만들어진다. 차기 대통령을 그리는 잠재 후보들과 기존 정당으로선 윤 전 총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셈이다.

문제는 윤 전 총장이 현실정치에 점점 가까워질수록 검사 시절 스스로 강조했던 가치들은 퇴색한다는 점이다. 본격적으로 현실정치에 발을 들이기 시작하는 순간, 총장 재임 시절 지키고자 했던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부터 흠집이 날 수밖에 없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 지휘 이후 점점 거세진 여권의 노골적 사퇴 압박에도 윤 전 총장이 임기 완수를 반복해 내세웠던 건 검찰 수사의 정당성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현 정권 관련 사건을 둘러싸고 ‘검찰개혁을 저지하기 위한 과잉 수사’라는 비판이 쏟아질 때마다 윤 전 총장은 ‘검찰의 방패막이’를 자임하며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이 스스로 정치권력을 도모하려 할 때 과거 행보에 대한 의심은 필연적으로 따라붙는다. 불과 얼마 전까지 검찰을 지휘한 전직 총장이기 때문이다. 실제 수사 필요성이 있었는지, 수사 강도가 적절했는지와 무관하게 ‘검사 윤석열’의 행위는 ‘정치인 윤석열’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 현실정치에 나설 때 활용하게 될 정치적 자산 역시 검찰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런데도 이 모든 의심을 해소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는 윤 전 총장이 아니라 검찰과 검사들의 몫으로 남는다. 일선의 한 검사는 “지난해 징계 국면 당시 윤 전 총장 편을 들었던 건 총장 개인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시스템 붕괴를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2년의 임기를 채우지 못한 진짜 이유가 무엇이든, 총장 재직 기간에 어떤 어려움을 겪었든 윤 전 총장의 현실정치 참여는 그 자체로 부적절하다. 본래의 행위가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과 정치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현실정치에 뛰어드는 것은 차원이 다른 얘기다. 임기 완주를 가로막은 여권의 전방위 공격과 빈번하게 발동된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는 분명 ‘나쁜 선례’를 남겼다. 그렇다고 윤 전 총장의 정계 입문이 정당화되진 않는다. 또 하나의 나쁜 선례를 쌓을 뿐이다. 다행인 것은 아직 윤 전 총장이 공개적으로 현실정치에 뛰어들겠다거나 선거에 나가겠다고 밝힌 적이 없다는 점이다. 아직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