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2 학생이 박영선 후보 유세장서 지지발언
공직선거법 위반 고발…양천경찰서 배당돼
노동당 부산시당 위원장 2심서 벌금 80만원 선고받기도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투표권이 없는 청소년이 특정 정당 후보 유세 현장에서 지지 발언을 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청소년의 정치적 발언을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경찰 수사를 가져 온 현행 공직선거법에 대해 투표 연령 하향을 주장했던 청소년시민단체들은 “기본권”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교육계 일각에서는 청소년이 정치적 도구로 이용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보호 장치”라고 반박하고 있다.
6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며 서울 양천경찰서에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캠프 측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및 부정선거운동죄 혐의 고발 사건이 최근 배당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성명불상의 민원인이 지난 2일 국민신문고를 통해 서울경찰청에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 캠프 측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지난 1일 서울 양천구 이마트 목동점 앞에서 벌인 박 후보 선거 유세에서 고등학교 2학년 강모 군은 지지 발언을 했다. 당시 사회를 보던 전용기 민주당 의원이 “생애 첫 투표자”라고 소개했으나, 강군은 “사실 제 나이는 (우리 나이로)18살로 2004년생, 아직 고등학교 2학년”이라고 밝혔다.
강군은 “저에게는 투표권이 없고 입당할 수도 없지만 박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며 “중학생 때 사회 교과 선생님이 ‘투표는 최악이 아닌 차악을 뽑는 것’이라고 말했다”며 “지금 이 순간 최악의 후보는 과연 누구입니까”라고 말했다.
현행법상 청소년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공직선거법 제60조에서는 미성년자(18세 미만인 자)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사람, 공무원을 선거운동할 수 없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255조에따라 미성년자에게 선거운동을 하게 한 자는 부정선거운동죄에 해당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실제로 청소년이 선거 유세를 했다가 해당 정당의 당직자가 처벌을 받은 선례도 있다. 2018년 부산시에서 시민단체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의 활동가였던 김찬(당시 16세) 군이 노동당 후보를 지지하는 내용이 담긴 피켓 들고 선거운동을 펼쳤다가 배성민 노동당 부산시당위원장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배 위원장은 1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아 향후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됐다. 그러나 2심에서는 “헌법상 기본권인 참정권을 확대하기 위한 행동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이유가 참작돼 80만원으로 배 위원장에 대한 벌금이 줄었다.
청소년 투표 연령 하향을 이끌었던 활동가들은 이같이 청소년의 정치 참여를 제한하는 공직선거법이 잘못됐다고 보고 있다. 청소년 정당 가입에 나이 제한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아수나로 회원 치이즈(24·활동명)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시민을 그렇게 무례하게 대했다는 게 화가 난다”며 “너무나 기본적인 표현의 자유 중 하나다. 의견을 말할 수조차 없다는 건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했다.
지난해 ‘투표하자 18’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서한울(20) 씨도 “현행법상으로는 안 되기는 하나 청소년의 정치적 발언이나 선거운동 등이 보장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투표권은 말 그대로 기본권”이라며 “비청소년이 다 정치를 잘 알고 투표권을 준 게 아니듯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정치에서 배제된다는 건 잘못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모상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신의 정치적 견해나 입장이 확고하게 바탕이 된 상태에서 지지한다고 했을 때 청소년들의 정치적 의사 표현이 분명히 존중될 필요가 있다”며 “청소년은 자기결정권을 갖고 있는 존재로 아동과 달리 다양한 참여를 통해 민주 시민으로서 성숙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끔 정치적으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선거운동에 청소년들을 정치적 도구화하는 걸 막기 위해 제한돼야 한다고 반박한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는 “정치적 견해를 갖는 건 당연히 자유지만 유세를 하면 안 된다”며 “(현행 공직선거법이)정치권에서 미성년자를 이용해 선거운동하는 걸 차단하기 위한 법이라고 판단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