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베스트 커리어(스즈키 유 지음,이수형 옮김,올댓북스)=“이 세상 어딘가에는 타고난 내 능력에 딱 맞는 일이 존재하며, 그것만 찾으면 열심히 일할 수 있을 것 같다.” 구직자들이 갖고 있는 환상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찾아 방황하거나, 애써 들어간 직장에서 1년 이내 퇴사한다. 저자는 이런 직업선택의 실패를 뇌에서 찾는다. 우리가 직업을 선택하게 된 것은 불과 200년 안팎으로 진화의 측면에서 봤을 때 우리 뇌는 무지하다. 직업 선택을 위한 프로그램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얘기다. 여기에 뇌에는 직업 선택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끄는 버그까지 존재한다. 각종 편향성이 선택을 방해하는 것이다. 저자는 우선 ‘자신에게 적합한 직업’을 정의하는데, 연봉이나 능력이 아니다. 내가 가장 행복해하는 일이 그것이다. 따라서 적성, 열정도 좀 다르게 인식한다. 흔히 열정은 내 안에 잠들어 있다고 생각해 조금만 마음에 안들면 ‘이건 나랑 안 맞다’고 여기고 쉽게 포기해버린다. 그런데, 열정은 스스로 만들어낸다고 생각하면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지던 직업도 계속하다 보니 즐거워지고,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직업을 찾을 때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각종 편향 등 주의해야 할 점도 짚어준다. 그러려면 자기 일을 3인칭의 시각으로 보는 게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우리 애가 결혼을 안해서요(가키야 미우 지음, 서라미 옮김, 흐름출판)=유쾌한 문체로 사회소설의 지평을 넗혔다고 평가받는 가키야 미우의 신작소설. 28살의 외동딸 도모미를 둔 지카코는 딸의 앞날과 결혼이 걱정되기 시작한다. 싱글로 행복한 생활을 보내는 이들도 있지만 경제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딸은 벌이도 변변치 못하고 외동이다. 만혼이 대세라지만 분위기에 휩쓸릴 때가 아니란 생각이 퍼뜩 든 것이다. 적령기를 놓치면 그만큼 선택의 폭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더욱이 의류회사에 다니는 도모미의 주위엔 온통 여자 뿐이고 야근을 밥먹듯이 한다. 노력하지 않으면 남자를 만날 길이 없다. ‘언젠가’만 되뇌는 딸만 믿고 있을 순 없는 일. 지카코는 고민 끝에 대리 맞선 활동에 나선다. 먼저 부모들끼리 만나 신상명세서를 교환하고 자녀들에게 의사를 물어 맞선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대리맞선 현장에서 지카코는 뜻밖의 사윗감들과 맞닥뜨린다. 30대 중반 나이에 아저씨 분위기를 풀풀 풍기는 남자, 가사와 육아는 당연히 여자의 몫이라고 여기는 남자, 무조건 어리고 예쁜 여자만 찾는 남자….과연 지카코는 마음에 드는 사위를 찾아 도모미를 결혼시킬 수 있을까? 빠른 전개력과 유머와 디테일, 공감력 100%의 생생한 입말, 진짜 있을 법한 얘기로 흡입력을 지닌 소설은 우리 사회의 결혼세태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에스에프널 SFnal 2021세트(조너선 스트라한 엮음, 테드 창외 지음, 김상훈 외 옮김, 허블)=2020년부터 다시 시작된 ‘올해의 SF걸작선’의 한국어판. 세계적인 SF편집자 조너선 스트라한이 수록작을 선정, 한 해동안 발표된 중·단편소설 가운데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작가와 신예작가의 작품을 골고루 담았다. 수록작 27편 가운데 2020년 휴고상, 네블러상, 로커스상 수상작이 전부 나왔을 정도로 정선된 선집으로, 세계적 SF작가의 최신작과 문학상 수상작을 바로 만나볼 수 있다. 2020년 휴고상 단편부문 수상작인 S.L.황의 ‘내 마지막 기억 삼아’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근미래가 배경이다. 주인공은 대량살상무기의 작동암호를 몸 안에 이식한 소녀다. 어린 소녀의 목숨을 빼앗아야만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딜레마 속에서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은 고민한다. 켄 리우의 최신작 ‘추모와 기도’는 증강현실 기술이 고도로 발달된 미래, 한 소녀가 총기 난사 사건에 희생되면서 이야기가 시작한다. 소녀의 부모는 희생을 추모하고 총기 규제를 합법화하고자 소녀의 생전 모습을 증강현실로 구현해내는데, 점차 악의적인 세력이 합세하면서 소녀의 모습은 왜곡된다. 테드 창의 ‘2059년에도 부유층자녀들이 여전히 유리한 이유’는 유전자 요법을 정면으로 다룬다.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유전자조작 자선사업이 오히려 더 심각한 불평등을 야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밖에 테드 창과 함께 하드 SF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그렉 이건의 최신작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 토비아스 S.버켈의 ‘은하 관광 산업 지구’등이 수록돼 있다.

이윤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