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공모시장 열기에 국내서도 스팩 시장으로 자금 유입
유가증권시장 스팩합병 사례 10년래 전무…“시장 영향력 미미할 것”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 미국을 중심으로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이하 스팩)이 공모시장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국내에서도 스팩 열풍의 조짐이 일고 있다. 최근 공모주 투자 열풍이 불면서 상장까지 오래 걸리는 기업공개(IPO) 대신 스팩을 통해 상장 기업에 대한 투자하려는 수요가 크게 늘면서다. 하지만 여전히 스팩을 통한 상장 건수는 물론, 상장 기업들의 규모가 작고, 스팩합병을 통한 상장의 위험 부담도 작지 않다는 지적 또한 제기된다.
스팩합병, 직접 상장하는 IPO 대안으로 부상
17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청구서 제출일 기준 스팩합병을 통한 상장 기업의 수는 36개사에 달한다. 2018년 8개사가 스팩합병으로 상장했고, 2019년은 15개사, 2020년은 13개사를 기록했다.
2017년 21개사가 스팩합병으로 상장한 이후 2018년에 줄어들었으나 2019년에는 전년 대비 두 배 가량 늘었다.
현재에도 스팩과 합병상장을 준비 중인 기업은 다보링크(유안타제6호스팩), 일승(미래에셋대우스팩4호), 제이시스메디칼(유안타제3호스팩), 윙스풋(SK4호스팩), 휴럼(엔에이치스팩16호), 엔피(삼성스팩2호) 등 5곳에 달한다. 일승과 제이시스메디컬은 예비심사 승인이 났고, 다른 3개사는 심사청구서를 접수한 상태다.
이미 증시에 상장돼 타 기업과의 합병을 앞둔 스팩주들의 가격 상승과 미국 IPO시장의 스팩 활황에 영향을 받으면서 일부 스팩의 경우 공모 청약 경쟁률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공모 청약을 진행한 하나금융스팩17호는 168.68대, IBKS스팩15호는 101.73대1, 한국스팩9호는 46.54대1를 기록했다. 지난해 한자릿수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것과 대조를 보인다. 다만 일부 스팩은 경쟁률이 일대일에도 못 미쳐 청약이 미달되기도 했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최근 합병 상장을 앞둔 스팩주가 대체로 가격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며 “2000원의 낮은 주가에 살 수 있는 방법으로 공모 청약이 주목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 연구원은 “특히 스팩은 주가의 하방 경직성이 강해 주식시장이 조정기에 접어들더라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형 유니콘 기업 부재…코스닥 시장 국한 한계 노출
스팩은 비상장기업의 인수 합병을 목적으로 설립된 서류상 회사다. 증권사에서 설립하고, 공모를 통해 투자 자금을 유치하고 상장한다. 이후 우량 기업을 찾아 합병에 성공하면, 기존 스팩 주주들은 합병 비율에 따라 일정한 수의 주식을 갖게 된다.
합병의 기대감으로 주가가 스팩의 공모가 2000원 보다 높게 형성된다면, 스팩에 투자했던 기존 주주들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실제 최근 현대무벡스를 합병한 엔에이치스팩 14호는 합병 전 이미 주가가 7100원까지 오르면서 공모가 2000원 대비 3배 이상 오르기도 했다. 제이시스메디칼과 합병하는 유안타제3호스팩은 공모가 대비 두 배 이상 올랐다.
스팩 공모에 참여한 주주들은 3년 안에 합병 대상 기업을 찾지 못해 스팩이 강제로 해산되더라도 투자금과 이자를 돌려받는다. 스팩 상장 초기에 투자한 투자자 입장에서는 최소한 손해를 볼 일은 없다.
다만 국내 스팩합병 사례를 보면 미국과 달리 스팩 시장의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이 많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스팩들의 설립자금은 50억~100억원이다. 최근 기업가치가 수천억~수조원에 이르는 유니콘 기업들을 인수대상으로 삼기에는 턱없이 작은 규모라는 지적이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스팩이 2010년 3곳 이후 전무하다는 사실이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시총 규모가 큰 유가증권시장에서 스팩 합병 상장 사례가 없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은 아직 규모 면이나 스팩 상장을 통한 회계적 손익부담 등 제도적인 한계로 활성화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아직까지 공모시장에 개인투자자들의 참여가 제한적인 만큼 스팩시장을 활성화시켜 이를 보완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자본금이 작고 상장 주식 수가 적은 ‘품절 스팩주’가 단순한 합병 기대감 만으로 주가가 큰 폭으로 등락할 경우 투자 위험이 커진다. 투자자가 공모가에 비해 주가가 오른 상태에서 매수했다면 손실이 불가피하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팩은 상장되기까지 수년의 시간이 걸리며 타 기업과의 합병이 보장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방증”이라며 “스팩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목돈을 넣는다면 원금을 보장받지 못하고 청산당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