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회사 가치 최대 400억달러
알티미터 캐피털과 논의 진행중
‘동남아판 우버’로 불리는 차량 공유 서비스앱 그랩(Grab)이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를 통해 400억달러(약 45조2400억 원) 규모의 미국 뉴욕증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그랩은 알티미터 캐피털이 만든 스팩과 합병을 통한 상장을 논의 중이라고 WSJ는 전했다. 이번 거래가 성사되면 합병회사의 기업가치는 350억~4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알티미터 캐피털은 2008년 설립된 기술주 위주의 벤처 캐피탈로, 우버나 에어비앤비, 바이트댄스 등 다양한 기술주에 투자한 이력이 있다. 전날 뉴욕증시에 직접 상장한 미국 게임 플랫폼 업체 로블록스도 지난 1월 알티미터 캐피털, 드래고니어 인베스트먼트 그룹과 함께 5억2000만달러의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이번 논의에 관여한 인사는 상장 후 진행될 상장지분 사모투자(PIPE)를 통한 자금 조달 방식으로 그랩이 30억~40억달러를 추가로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WSJ는 “그랩과 알티미터 캐피털이 뮤추얼 펀드나 다른 잠재적 투자자들과의 투자 협의를 가질 예정이어서 자금 조달 규모는 변경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번 논의가 무산될 가능성 또한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양측의 합병 발표는 수주안에 이뤄질 전망이지만, 그 사이에 논의가 무산되고 그랩이 예전부터 준비해왔던 직접 상장을 택할 수도 있다고 WSJ는 설명했다.
그랩은 올해 초 정식 기업공개(IPO)를 추진했으며, IPO 규모는 최소 20억달러(약 2조2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동남아 기업의 해외 주식 공모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2012년 말레이시아에서 차량 호출 서비스 벤처기업으로 시작한 그랩은 배달 서비스는 물론 금융, 결제, 쇼핑, 예약, 보험 가입 등을 망라한 종합 경제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시장 가치는 약 160억달러(약 18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랩이 스팩 합병 상장으로 방향을 튼 것은 최근의 스팩 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미 증시의 스팩 합병 규모는 730억달러(약 82조3700억원)로 전체 IPO의 70% 가량이 스팩 합병 방식으로 이뤄졌다.
스팩은 자금을 공개 모집해 주식 시장에 상장한 뒤 정해진 기한 안에 비상장 기업을 합병하는 방식으로 상장을 추진한다. 비상장 회사는 스팩을 활용해 정식 IPO보다 상장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다.
동남아 1위 업체인 그랩은 2018년 3월 글로벌 차량 공유서비스앱인 우버의 동남아 사업을 인수, 원조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재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 8개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1일 그랩은 인도네시아 정부 등과 손잡고 동남아시아 최초의 ‘드라이브 스루 백신 접종센터’를 오픈하는 등 디지털 경제 플랫폼으로서 사회적 영향력도 확대하고 있다. 발리에 설치된 드라이브 스루 백신 접종센터는 하루 850명이 주사를 맞을 수 있는 시설로 운영되고 있다. 김수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