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으로 연내 팬데믹 잠재울 것 예상 속
변이 바이러스發 대유행 우려 지속
“단기 아닌 장기간 대응 약물 개발이 중요”
제약사들 “끝나지않은 전쟁” 장기전 준비
지난 해 말부터 시작된 전 세계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올 해 말이면 팬데믹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접종 속도가 빠른 이스라엘은 접종률이 50%를 넘으며 집단면역 형성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1차 위기는 이렇게 넘길 수 있지만 변이 바이러스라는 변수가 ‘2차 파도’를 몰고 올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단기간이 아닌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현재 백신이나 치료제를 개발 중인 기업들은 변이 바이러스에 초점을 맞춰 약물을 개발 중이다.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 증가...셀트리온, 변이 맞춤형 치료제 개발=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전 세계 확진자 발생은 크게 증가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영국, 남아공, 브라질 등에서 발생한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는 시간이 갈수록 늘고 있다. 국내에서도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는 8일 0시 기준 182명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가 늘자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하는 기업들은 변이 바이러스에 방점을 찍고 약물을 개발 중이다.
국내 최초로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성분명 레그단비맙)를 개발한 셀트리온은 최근 해외에서 유행하고 있는 변이 바이러스 중화 능력 시험결과를 확인하고 향후 발생할 변이 바이러스에 종합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변이 맞춤형 칵테일 치료제’ 개발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최근 영국 변이주를 비롯해 남아공 변이주를 항체와 혼합해 숙주 세포에 감염시킨 후 항체가 바이러스를 저해하는 정도를 테스트하는 방식으로 렉키로나의 중화능력 시험을 진행했다. 질병청에서는 지난해 렉키로나가 국내에서 확인된 변이 바이러스 6개 유전형 (S·L·V·G·GH·GR) 전체에 대해 중화능력이 있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
시험 결과 렉키로나가 영국 변이주에서 이전 변이와 마찬가지로 강한 중화능력을 보였으나 남아공 변이주에서는 중화능력이 감소됐음을 확인했다.
셀트리온은 이미 렉키로나 개발 초기부터 바이러스 변이에 대한 대응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우점종 바이러스를 타겟으로 한 렉키로나 개발과 동시에 총 38개의 중화항체로 구성된 잠재적 칵테일 후보항체 풀을 확보하고 있었다. 셀트리온은 이 중 32번 후보항체가 이번 질병청 시험에서 영국 및 남아공 변이주 모두에 중화능력을 보였으며, 렉키로나와 조합한 칵테일 요법 테스트에서도 중화능력이 확인돼 ‘변이 맞춤형 칵테일 치료제’ 개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권기성 셀트리온 연구개발 본부장은 “향후 6개월내 임상 완료를 목표로 32번 후보항체를 활용한 신규 변이 맞춤형 칵테일 치료제 개발을 진행하겠다”며 “개발 및 임상과정을 최대한 서둘러 남아공 변이가 계속 확산해 새로운 우점종 바이러스로 자리잡기 전에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개발사들, 변이 바이러스에 초점...장기 플랜 필요=다른 코로나19 관련 약물을 개발 중인 기업들도 변이 바이러스에 방점을 찍고 있다. 8일 식약처에 코로나19 치료제로 조건부 허가를 신청한 종근당 ‘나파벨탄’은 지난해 러시아에서 코로나19 중증 환자 1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2상에서 중증 고위험군 환자의 증상 악화를 방지하고 치료기간과 치료율을 크게 개선하는 것을 입증했다. 특히 종근당은 해외에서 발견되고 있는 바이러스의 변이에도 치료 기전이 적용되어 각종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에 적극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신 개발도 향후 유행 가능한 변이 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있는 백신으로 개발 방향을 잡고 있다. 국내에서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제넥신은 후보물질 ‘GX-19’를 ‘GX-19N’으로 변경해 개발을 다시 진행 중이다. 후보물질을 변경하면서 개발이 조금 지체됐지만 이는 변이 바이러스에도 대응 가능한 백신을 만들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제넥신 관계자는 “처음 계획했던 것보다 임상 3상 진입 시기는 조금 늦어질 수 있겠지만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과적인 우수 백신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DNA 백신을 개발 중인 진원생명과학도 개발 중인 백신 후보물질을 가지고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방어 능력을 평가하는 동물실험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치료제는 큰 의미가 없을 수 있지만 항체를 만들어내는 백신은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과가 있을 거라고 본다”며 “이미 화이자, 모더나 등은 변이 바이러스에도 적용할 수 있는 백신 업그레이드 작업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다만 아직 플랫폼 기술이 없는 국내에서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는 백신 개발을 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가장 먼저 백신을 개발한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모더나 등이 1차전이라고 할 수 있는 현재 상황의 승자라면 다음 라운드에서는 변이 바이러스를 잡는 약물을 개발한 기업이 승자가 될 것”이라며 “코로나19가 장기전으로 갈 확률이 높은 만큼 이후의 상황에서도 대응이 가능한 약물을 개발할 수 있는 장기 플랜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