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4년 전 죽은 곡도 살리는 ‘유튜브 알고리즘’…대체 뭐길래?”
2017년 발표된 걸그룹 브레이브 걸스의 ‘롤린(Rolling)’이 때아닌 인기를 누리고 있다. 유튜브의 동영상 추천 시스템인 ‘알고리즘’을 탔기 때문. 발매 4년 만에 각종 음원 차트에 올랐다. 활동 당시에는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한참 후에 빛을 보는 ‘역주행’ 뒤에는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있다는 평가다. EXID의 ‘위아래’, 비의 ‘깡’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3일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은 지니, 벅스 등 유명 음원 플랫폼 실시간 차트 1위를 차지했다. 멜론에서는 9위다. 가수들의 활동 영상을 편집해 올리는 채널이 올린 1개의 영상이 발단이 됐다. 브레이브 걸스가 군대 위문 행사에서 선보인 무대와 군인들의 반응, 댓글 반응이 담겼다. 해당 영상은 게시 일주일 동안 무려 414만회 재생됐다.
동영상의 조회수가 단시간에 급상승하면서 추천 알고리즘을 타고 다수의 유튜브 이용자들에게 노출됐다. 이용자들은 “유튜브 알고리즘이 옛날 노래들 다 발굴했다. 위아래, 깡에 이어 롤린이다”, “추천에 뜨길래 호기심에 들어왔다가 못 빠져나가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유튜브 알고리즘은 왜 브레이브 걸스의 영상을 사용자들에게 노출됐을까. 구글 엔지니어가 2016년 발표한 보고서를 참고하면 유튜브는 ▷조회수 ▷시청 시간 ▷조회 수 증가 속도 ▷좋아요·싫어요·댓글 또는 공유 수 ▷참신성 ▷채널 내 영상 업로드 빈도 ▷영상 시청 후 채널 내 체류 시간 등을 고려해 동영상 노출 우선순위를 매긴다. 이에 더해 개인별 ▷시청 채널과 주제 ▷과거 시청 데이터 등도 고려된다.
여기에 체류 시간을 늘리는 추천 알고리즘이 더해진다. 단 1개의 동영상이라도 단시간에 주목을 받으면, 관련 영상이 연달아 추천된다. 브레이브 걸스의 경우 인기를 끈 편집 영상 뒤에 영상 속 전체 공연 영상, 뮤직 비디오, 같은 소재의 영상이 3~4개 연달아 재생된다. 이들 영상도 적게는 100만~많게는 200만 조회수를 올렸다. 닐 모한 구글 수석부사장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유튜브 시청시간 70%가 추천 알고리즘에 의한 결과다”며 “알고리즘 도입으로 총 비디오 시청시간이 20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대중문화 관련 전문가들은 ‘알고리즘 역주행’을 당연한 결과로 풀이한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유튜브에서는 시간이 의미가 없다. 일단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으면 어떤 콘텐츠도 갑자기 인기를 얻을 수 있다”며 “광범위한 콘텐츠 안에서 오래된 콘텐츠도 새로운 콘텐츠와 경쟁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으로 유튜브가 기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튜브 알고리즘의 힘은 음원 플랫폼에서도 확인된다. 3일 해당 곡의 유튜브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음악이 추천되는 ‘유튜브 뮤직’ 앱 내 인기 순위는 11위다(주간 기준). 다른 음원 플랫폼보다 유튜브뮤직에서의 순위가 높다. 현재 벅스에서는 17위 지니와 멜론의 주간 차트에서는 순위권 밖인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