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파·일본 강진·대만 지진 등 글로벌 반도체 시장

산업계 전반 연쇄 가격 인상 가능성도 점쳐져

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기록적인 한파와 일본 강진·대만 가뭄 등 전세계적인 자연 재해가 계속되면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에 적지 않은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번 여파가 장기화 할 경우 올해 반도체 시장의 슈퍼사이클(장기 호황)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2일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반도체 공장이라는 게 한번 멈추면 그 여파가 2~3개월 영향을 준다”면서 “정전사태가 한번 벌어지면 생산 라인에 들어간 제품을 살리는 것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위원은 “작년 대만의 마이크론 공장이 잠깐 멈췄었을 때 메모리 가격오르기도 했는데, 이번 여파가 장기화 할 경우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전반적인 공급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한파와 지진으로 가장 큰 공급 차질이 예상되는 분야는 차량용 반도체다. 텍사스주의 NXP, 인피니언 등 차량용 반도체 업체들의 공장이 가동 중단됐고 일본에서는 지진 여파로 르네사스 공장이 멈췄다. NXP(21%)와 인피니언(19%), 르네사스(15%)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에서 1위부터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글로벌 공급 부족으로 연초 대비 가격이 15~20% 오른 차량용 반도체 가격이 추가로 다시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메모리와 비메모리 등 주요 반도체 분야도 쇼티지(품귀현상)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글로벌 1위 업체인 TSMC도 최근 대만 내 심각한 가뭄으로 공업 용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전반적인 반도체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의 가동 중단으로 인해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용 컨트롤러 칩셋의 리드 타임이 증가하고 이는 가격 인상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트렌드포스 측은 “삼성전자는 오스틴 팹의 14~40나노미터 공정에서 낸드플래시 및 SSD용 컨트롤러 칩셋을 생산해왔다”며 “이번 정전이 컨트롤러 칩셋 생산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SSD 구매자의 긴급 주문으로 인한 잠재적인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메모리 가격 인상 자체는 삼성전자 등 주요 생산업체 실적 개선에 긍정적일 수 있지만 시장의 전반적인 심리 악화 등으로 번질 우려도 적지 않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텍사스 한파의 경우 기존의 천재지변 및 사고의 경우와 달리 (반도체 업종의) 투자 심리와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지적했다.

연초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확산하면서 전반적인 산업 제품들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도체는 ‘산업의 쌀’로 불릴 정도로 주요 제품 생산에 핵심 역할을 한다. 반도체 가격이 오를 경우 스마트폰을 비롯해 TV와 자동차 등 소비자 제품은 물론 각종 설비의 비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최근 TV 수요 급증과 TV용 반도체 공급 부족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LCD TV 패널 가격이 급등하기도 했다.

양대근·정세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