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브, 택시 지붕에 광고판 장착
32개 센서 통해 이동중 정보 수집
TPO 맞춤형 광고 송출 서비스 주목
HW·SW 동시 공급 전세계 유일
해외 각국서 러브콜 수출길 눈앞
바야흐로 ‘데이터가 돈이 되는 시대’가 됐지만 데이터를 모으는 데는 막대한 인력과 비용, 시간이 필요하다. 정부 주도 경우이거나 웬만한 대기업이 아니고선 이를 사업화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창업 5년차 스타트업 모토브(대표 임우혁)는 데이터 수집 인프라의 한계를 모빌리티로 극복했다. 바로 ‘택시’다.
창업자인 임우혁 대표는 택시의 이동성에 주목했다. 전국에 등록된 택시 23만8900대, 서울에만 6만6600대. 24시간 방방곡곡을 누비고 다니는 택시는 훌륭한 데이터 수집원이다. 모토브는 시간, 장소, 인구 이동량 등 데이터를 기반해 택시를 ‘움직이는 광고판’으로 변신시켰다.
임 대표가 택시를 활용한 사업을 본격 구상한 것은 2010년 초반부터. LG전자와 미국 버라이즌이 공동으로 추진한 뉴욕 택시솔루션 사업의 소프트웨어 개발에 외주업체로 참여했다. 택시 시장에서 생기는 기회, 택시가 모아내는 가치를 직접 경험한 것. 임 대표는 여기에 광고를 접목한 사업모델을 국내로 들여오고 싶었다.
하지만 국내 법령과 규제에 발이 묶였다. 행정안전부와 국토교통부 등에 이같은 사업의 방향성을 지속적으로 설명한 결과 옥외광고 규제가 완화되며 2016년 택시 광고판 시범사업 고시가 확정됐다. 사업의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이후 1년여간 고시를 충족하는 광고장치의 기능, 디자인을 개발한 끝에 2017년 대전에서 200대의 택시에 루프랙을 장착하며 사업이 물꼬를 텄다.
사업을 시작했지만 주변에선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았다. 지금까지 없었던 사업에 대한 생소함에서 오는 불확실성 때문. 특히 택시 지붕에서 광고를 송출하는 ‘루프랙’이 제대로 작동하겠느냐는 기술적 의구심이 가장 컸다.
임 대표는 “공기의 저항, 눈·비 등 기상여건, 진동 등 가혹한 주행조건에 전기장치가 불완전한 자동차에 광고판을 달고 가는 게 가능하겠냐는 말들이 많았다. 대낮에 광고가 제대로 보이려면 스마트폰 5배의 밝기가 유지돼야 한다”며 “디스플레이의 가격도 고가여서 망설이는 투자자들이 많았다. 택시 기사들도 수시로 고장날 수 있고, 사고 때 루프랙이 이탈해서 피해가 발생하면 그 책임은 누가 지겠냐며 걱정을 했던 게 사실”이라고 했다.
모토브를 이같은 걱정을 해소하기 위해 발벗고 뛰었다. 야간 빛공해에 대한 자체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루프랙이 설치된 차량을 매달 점검했다. 영업지역의 교통사고 발생량을 분석해 루프랙으로 유발된 사고나 피해가 있는지를 모니터링했다. 이렇게 정부기관, 운송·자동차업계와 신뢰를 쌓았다.
대전 시범사업을 거쳐 2019년 인천 300대, 지난해 서울 300대 등 현재 800여대의 모토브 택시 설치가 운영 중이다. 올해는 운영차량을 3000대까지 늘리는 게 목표다.
모토브 광고사업의 핵심은 바로 ‘루프랙’. 29인치 디스플레이가 좌우에 설치되고, 32가지 IoT센서가 탑재된다. 센서를 통해선 온·습도, 조도, UV, 유해가스, 미세먼지, 악취, 가속도, 승차, 빈차 등을 감지할 수 있다. 또 센서를 통해 유동인구, 환경, 도로 등의 150가지 종류의 데이터 수집 및 분석도 가능하다. 택시의 위치, 시간, 메시지의 목적 등 상황에 광고를 실시간으로 전달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주택가에선 마트·시장 광고, 심야시간엔 택시 플랫폼 광고 등으로 시시각각 바꿀 수 있다.
모토브는 현재 루프랙 업그레이드에 한창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 수출까지 염두에 둔 대량생산 가능 모델이다. 현재 내부 테스트를 거쳐 이달 중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이 모델이 모토브의 주력제품이 될 전망이다. 루프랙은 전량이 국내에서 생산된다. 각 부품과 센서를 튜닝해 최적화할 수 있는 기술이 해외업체에는 없다는 게 임 대표의 설명이다. 물론 개발 전 과정은 100% 모토브에 이뤄진다.
모토브의 이같은 광고모델은 해외에서 더 주목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세계 최대 가전·ICT 박람회 ‘CES’에서 선보인 루프랙의 시인성은 글로벌 공룡 가전·IT업체들도 놀라워했다는 후문이다. CES에서 모토브 제품을 눈으로 확인한 멕시코나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들과는 지금도 협력협약 등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수출모델이 완성되고, 사업성 판단이 확정될 경우 이르면 올 하반기에는 구체적인 수출 윤곽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모토브의 해외진출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말한다. 임 대표는 “USB같은 저장장치나, 단순 통신기능을 통해 광고를 송출할 수 있는 제품은 전 세계 50여개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하지만 데이터 정보 수집 센서나 관제시스템까지 토털 패키지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업체는 모토브가 유일하다”며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이를 관리하는 클라우드 시스템을 해당 국가의 상황에 맞게 쓸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임 대표는 택시를 이용한 광고 서비스를 다른 운송수단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장기적으로 검토하고 있었다. 움직이는 차량 모두가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당장은 택시에 시범사업이 허용됐을 뿐이지, 이를 버스, 택배 차량 등으로도 범위를 넓힐 수 있는 기술력과 기반을 갖췄다.
임 대표는 “개발된 하드웨어는 광고용 뿐만 아니라, 데이터 수집용으로 활용해 새로운 수익모델로 삼을 수도 있다. 다만 수집된 데이터가 실제 매출로 이어질지가 현재로선 확실치 않다. 모아진 데이터가 장비 설치비나 서버로 전송하는 데 드는 통신비 등 비용을 상쇄할 수 있는 수준까지 수익이 된다면 언제든 사업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유재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