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여러 전망 가운데 가장 우려스러운 것 중 하나는 양극화 현상의 심화다. 업종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대기업들이 선방하고 있는 것과 달리,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매출하락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기업의 제조업생산지수와 서비스업생산지수가 지난해 1분기와 3분기에 늘어난 반면, 중소기업은 1~3분기 모두 감소했다. 지난해 월평균 전국 자영업자는 553만1000명으로, 전년 대비 7만5000명 감소했다. ‘중간’이 사라지고 있다.
비단 우리나라에만 해당하는 현상은 아니다. 하버드대 통계에 따르면, 연간 6만달러 이상을 버는 미국의 소득 상위 25% 근로자 고용 현황은 1년 전보다 높은 수준으로 회복됐다. 반면에 미국 인구조사국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보다 28%나 증가한 3000만여명의 성인이 먹을 음식조차 부족한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빈곤국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코로나 사태 이후 국제공급망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면서 일부 빈곤국에서는 식량가격이 급등하고 굶주리는 인구가 크게 늘어났다. 유엔세계식량기구(WFP)는 연간 2억명 이상이 기아에 시달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소득과 일자리, 식량뿐만 아니라 백신 확보에서도 양극화 현상은 두드러진다. 경제력을 바탕으로 백신을 충분히 확보한 나라들과 달리 빈곤국, 그리고 사회적 약자들은 생존 자체를 위협받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코로나 종식 이후에도 양극화가 쉽게 개선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전문가들은 경기가 ‘U’자나 ‘V’자 형태로 반등하는 것이 아니라 고소득층의 소득은 더 늘고 저소득층은 더 줄어드는 ‘K’자 모양으로 양극화가 진행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는 여러 면에서 1929년 시작된 세계 대공황과 비교되고 있다. 실업률 증가, 생산 및 소비감소, 투자와 교역의 위축 등 다수의 지표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를 연상케 한다. 10년간 이어진 대공황에는 여러 원인이 있으나 양극화 현상도 대표적인 요인 중 하나였다. 경제학자 이매뉴얼 사에즈에 따르면, 대공황 직전인 1928년에는 미국의 소득 상위 1%가 전체 소득의 4분의 1, 상위 10%가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이후 하락세를 보였으나 80년대부터 다시 증가하기 시작해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에는 다시 대공황 직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치솟았다. 극단적인 양극화 이후에 경제위기가 찾아오는 패턴이 반복된 셈이다. 코로나 이전부터 누적돼온, 그리고 코로나로 인해 심화된 양극화는 앞으로 더 큰 시련이 닥칠 수도 있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
양극화가 지닌 문제의 본질은 경제적인 것만이 아니다. 불평등을 확대재생산하고 수많은 갈등을 야기하며 ‘N포 세대’와 같은 말로 구성원을 무력감과 절망감 속으로 밀어넣는다.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할 수 없을 때 그 사회는 모든 동력을 잃어버린다. ‘양극화’의 사전적 의미는 ‘서로 점점 더 달라지고 멀어짐’이다. 인류공동체라는 공통분모를 지닌 사람들이 점점 더 달라지고 멀어지고 있다. 극단으로 치닫는 양극화의 해법을 찾는 것은 어렵고 더딘 일이 될 것이다. 일부에 편중된 기득권을 재편하려면 고통과 저항이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극화 해법은 우리가 반드시 찾아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인류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것은 배타와 대립이 아니라 ‘이해’와 ‘포용’이다. 우리가 기꺼이 서로 가까워질 수 있느냐에 인류의 미래가 달려 있다. 이제는 양극화의 경고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병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