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사이버폭력 실태조사 결과
학부모·교사 90%이상 자극적인 ‘1인 방송’ 부정적 요인으로 꼽아
사이버폭력 경험률 성인 65.8%, 학생 22.8%
특히 학생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문제 의식 낮아
[헤럴드경제=박세정 기자] 학부모와 교사 10명 중 9명은 유튜버 등 1인 크리에이터의 자극적인 개인방송이 사이버폭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학생 10명 중 3명은 사이버폭력을 경험했으며, 특히 성인의 경우 사이버폭력 가해자 대부분이 사이버 피해도 동시에 경험했다.
지난해 ‘n번방’ 사태가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가운데, 성인 10명 중 3명은 몰카, 불법 영상물, 몸캠 등 디지털 성범죄를 목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10월 6일부터 11월 13일까지 총 7458명(학생, 일반성인, 교사, 학부모)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0년 사이버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4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사이버폭력과 관련해 학생, 자녀에게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대상으로 학부모의 92.6%가 ‘1인 크리에이터’를 꼽았다.
교사도 91.3%가 ‘1인 크리에이터’를 꼽았고, ‘친구 또는 선후배’(91.7%)를 부정적 영향을 주는 대상으로 꼽은 응답도 많았다.
방통위 측은 “유튜브 등을 통해 접하게 되는 1인 크리에이터의 욕설이나 비방, 자극적인 표현 등이 학생이나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사이버폭력 경험률은 32.7%로, 10명 중 3명은 사이버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버폭력 경험률은 언어폭력, 명예훼손, 스토킹, 성폭력, 신상정보 유출, 따돌림, 갈취, 강요 등 8개 유형에 대한 경험률을 수치화한 것이다.
조사 대상별로 성인의 2020년 사이버폭력 경험률은 65.8%로, 2019년(54.7%)보다 11.1%포인트 늘었다. 2018년 43.1%에 이어 3년 연속 증가추세다.
지난해 학생의 사이버폭력 경험률은 22.8%를 보였다. 2018년 29.5%, 2019년 26.9%로 학생의 사이버폭력 경험률은 다소 감소 추세를 보였다.
특히 성인은 사이버폭력 가해·피해 동시 경험률이 92.4%에 달했다. 대부분이 사이버폭력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버폭력 유형별로는 학생과 성인 모두 ‘언어폭력’ 경험률이 가장 높았다. 학생 19.7%, 성인 43.7%다. 성인은 언어폭력 다음으로 스토킹(42.3%), 성폭력(35.8%), 명예훼손(33.1%) 등의 경험률이 높게 나타나, 심각한 유형의 사이버폭력도 다수 경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조사에서는 지난해 초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n번방’ 사태와 관련해 디지털 성범죄 목격 및 인식에 대한 조사도 실시됐다.
그 결과, 성인 29%, 학생 5.7%가 디지털 성범죄를 목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 중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고 응답한 성인은 9%, 학생은 16%로, 성인에 비해 학생들의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문제의식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방통위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사이버폭력 인식 제고를 위한, 강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1인 크리에이터의 자극적인 방송에 대한 우려가 크게 나타난 만큼 콘텐츠 제작 시 유의할 사항을 담은 ‘크리에이터 가이드북’(가칭)을 제작·배포하고, 시범 교육도 시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