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시기에 맞춰 자금 운용 ‘안정성 추구’

상품 출시 5년 만에 설정액 50배 성장

작년 국내 주식형 펀드 17조 유출과 대조

50대 장년층 노후대비 자금 유입량 최다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이 본격화하고 주식 변동성이 커지면서 안정적 수익이 기대되는 TDF(타겟데이트펀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TDF는 2016년 첫 상품이 출시된 이후 설정액 규모가 50배 이상 커지면서 시장 규모를 키우고 있다.

TDF는 투자자의 은퇴 시점과 생애 주기에 맞춰 5년 주기로 주식, 채권 등 위험·안전자산 비중을 조절하는 상품으로, 수익률 면에서 액티브 주식형보다는 낮지만 예적금보다는 높다.

▶첫 출시 후 50배 폭풍 성장한 TDF=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16년 삼성자산운용이 TDF를 출시한 이후에 시장의 관심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해 말 설정액이 672억원이었으나 이듬해 6749억원으로 10배 이상 늘었고, 이후에도 매년 2배씩 성장하며 지난해에는 3조6685억원을 기록하며 2016년 대비 50배 이상 성장했다. 지난해 국내 주식형 펀드 전체에서 17조원이 빠져나간 것과 대조를 보인다.

전체 공모펀드, 주식형 공모펀드 대비 비중은 여전히 한자릿수에 불과하지만 성장률이 높아 상대적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해외 증시 등에 직접 투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국내 주식형 펀드 등에서는 자금이 유출됐지만, TDF 설정액은 그 와중에 증가했다”고 말했다.

TDF 상품 뒤에 붙어 있는 2025, 2045 등의 숫자는 예상 은퇴 시기다. 목표일별 설정액을 살펴보면 2019년말 기준으로 2025년 TDF가 8182억원으로 가장 규모가 컸다. 2045년 TDF가 4507억원, 2030년 TDF가 3996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국내 TDF가 60세 퇴직을 기준으로 설계된 것을 감안하면, 이미 50대 중년층의 노후 대비 자산이 TDF로 유입되고 있는 셈이다.

▶맞춤형 운용으로 퇴직연금 시장서 돌풍=이처럼 TDF에 자금이 몰리는데는 은퇴 시점에 맞춰 돈을 알아서 굴려주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퇴직연금을 관리해주는 확정급여(DB)형 연금계좌를 갖고 있던 개인들은 은퇴 후 개인이 직접 관리하는 개인형 퇴직연금(IRP)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TDF는 자신이 생각하는 은퇴 시기에 맞춰서 해당 TDF를 선택하면 은퇴 시점에 맞춰서 자산을 알아서 재분배해준다.

자산을 불려나가야 할 젊은 시기에는 주식형 펀드 등 위험자산 비중을 늘렸다 은퇴 시기가 다가오면 채권형 펀드 등 안전자산의 비중을 늘리는 식이다. 기존에 은퇴 자금 형성을 위한 상품들의 경우 투자자가 자산 재분배 등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저조한 수익률을 거두는 경우가 있었다.

TDF는 투자자가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고, 주식 외에 채권, 예금,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즉,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하고 투자 포트폴리오를 고객이 직접 설정할 필요가 없어 편의성이 뛰어나다.

퇴직연금 시장 규모가 나날이 커지며 맞춤형 운용이 가능한 TDF의 장점이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퇴직연금 적립금은 2019년말 221조원을 기록했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예·적금 등 원리금보장형 상품들의 수익률이 저조하면서 전체 적립금의 약 90%를 차지하는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수익률은 1.8% 가량으로 저조했던 반면, TDF는 1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홍원구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국내 퇴직연금 자산의 TDF에 대한 투자 증가는 2018년 자산운용 규제 변화에 힘입는 바가 크다. 2018년 퇴직연금 자산운용 규제 개선의 하나로 금감원장이 정한 기준을 충족한 TDF는 퇴직연금 자산의 100%까지 투자가 허용됐다”고 말했다.

금감원장이 정한 기준은 퇴직연금 가입자의 가입 기간 동안 주식투자 비중 80% 이내, 예상 은퇴시점 이후 주식투자 비중 40% 이내, 투자부적격등 급 채권에 대한 투자한도 제한 등이다.

홍 연구원은 “TDF는 일단 선택하면 목표일까지 보유하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최초의 선택이 중요하다”며 “따라서 수익률 등 기본 정보 뿐 아니라 가입에서 만기 인출 또는 조기 환매까지의 관련 정보들이 투명하게 제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태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