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발생땐 CEO 형사처벌 ‘구인난’ 불보듯
사업주 1222개 준수규정 정비 요구는 외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통과로 중소기업들이 최고경영자(CEO) 인력난까지고민하게 됐다. 대표이사가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자리’가 된 이상 CEO 맡겠다는 이를 구하기 힘들게 됐기 때문이다.
한 건설 분야 중소기업 오너는 “건설은 현장을 여러곳 운영하는데 이 중 한 곳에서 사고라도 나면 대표자가 형사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며 “오너가 아니라 CEO로 간 이들 사이에서 ‘대표하다 감옥 갈 일 있느냐’며 기피현상이 생길 것”이라고 전했다.
구인난은 중소기업의 고질병이다. 힘든 일을 기피하는 경향과 근무환경이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열악하다는 인식으로 인해 현장직은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는게 중소기업의 호소였다. 한 가구 중견기업 대표도 “서울 사무소에는 사람 1명만 뽑는다해도 지원자가 밀려드는데, 지방 공장에서 근무하는 현장직은 임금이 더 높은데도 지원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할 정도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으로 50인 이상 기업은 내년부터 산재 발생시 대표 형사처벌, 법인 벌금, 행정처분 등을 감당해야 한다. 대표자에 대한 형사처벌은 ‘징역 1년 이상’ 하한까지 정해졌다. 반면 “사업주가 지켜야 하는 1222가지 규정을 현실에 맞게 재정비해달라”는 중소기업계 의견은 법안 제정 과정에서 반영되지 않았다. 형사처벌이란 부담만 더해지고, 산재예방 실천 방법은 정치권에서 외면한 셈이다.
대기업은 ‘CEO 후보군’이 있지만, 중소·중견기업은 오너가 직접 경영에 나서기 어려운 경우 CEO를 구하고, 외부에서 물색하기도 한다. 대기업과 달리 해당 회사에서 오래 근무하면서 애사심을 쌓아온 인재풀이 드문데다, 형사처벌까지 감수할 정도의 애사심을 기대하긴 힘들다. 대기업처럼 시스템으로 돌아가는게 아니어서, CEO를 구하지 못하면 회사가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
CEO 구인난은 ‘배부른 소리’라는 호소도 나온다. 김영윤 대한전문건설협회 회장은 “CEO 구하기 어렵다는 것은 당연한 전망이지만, 적어도 규모가 있는 회사 얘기”라며 “전문건설협회 5만 회원사는 70%가 영세한 기업이라 사장이 직접 현장 운영하다 사고 나면 감옥가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김 회장은 “50인 이하 기업은 3년간 유예한다지만, 유예한다고 대책이 마련되는게 아니다”라며 “현장 사고는 처벌한다고 없어지는게 아니라, 직원 교육부터 예방 시설 강화까지 다 같이가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현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