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예산 500억 첫 편성
국비 지원은 국회서 막히고
요금인상은 시의회 반대 ‘벽’
5년간 손실비용 2조원 육박
서울시가 올해 처음으로 지하철 무임수송에 따른 서울교통공사(이하 공사)의 손실분 일부를 보전하는 명목으로 예산 500억 원을 편성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도시철도도 코레일처럼 무임승차에 대해 국비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도시철도법 일부개정법률안’, ‘철도산업발전기본법 개정안’이 지난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데다, 지하철 무임수송 손실비용은 최근 5년 간 2조 원을 육박하는 등 막대해 서울시만의 500억 원 예산 단독 편성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그동안 서울시는 지하철 요금인상을 노력해 왔으나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시의회와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지하철 요금 인상은 난망이고, 시가 공사에 빌려주는 재정투융자기금 규모는 해마다 늘고 있는데, 공사의 자구노력을 압박하지 않은 채 무임수송 손실분까지 시가 보전해주는 선례를 남겼다.
7일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의 무임수송 등 공익서비스 제도 실시를 명목으로 올해 500억 원이 신규 편성됐다. 이런 명목의 예산 편성은 처음이다.
공사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지하철 1~8호선 이용자 중 65세 이상 노인, 장애인, 국가유공자, 독립유공자 등 무임승차 인원은 모두 14억 4371만명에 이른다. 이 기간 무임수송에 따른 누적 손실액은 1조 9326억 원이다. 무임손실은 해마다 늘어 2019년에는 3700억 원을 넘었고,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거리두기로 이용이 줄면서 9월 현재 1935억 원까지 감소했다.
이처럼 막대한 손실에 견줘 무임수송 손실보전 예산 500억 원은 미미한 수준이다. 그런데도 편성한 건 국회에 계류 중인 ‘도시철도법 일부개정법률안’의 통과를 전제로 국비 확보에 대비해 매칭 예산을 미리 잡아둔 것이다. 박홍근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도시철도 공익서비스에 국비를 지원해주는 내용이지만 세부적으로 지원 규모, 매칭 비율 등은 정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시의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도 이런 문제가 제기됐다. 예산심사보고서를 보면 국시비 매칭을 전제로, 시비를 미리 확보할 경우 “국비미반영에 따른 예산 불용은 물론 무임손실 지원이 시비만으로 이뤄질 우려가 있다”고 검토됐다. “법률 개정 이후 국비 지원과 국체적인 방침이 확정된 뒤에 매칭비율에 따라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예산을 확보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적시됐다.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본 것이다.
서울시의회 교통위 소속 한 의원은 “정부와 국회에 무임수송 국비보전을 요구하고, 법 개정을 논의할 때 ‘그러면 서울시는 뭘 했냐’는 반박이 나왔다”며 “서울시도 무임수송 손실보전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예산에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와 공사는 오랜기간 지방자치단체의 도시철도도 코레일처럼 공익적 목적의 무임승차에 대해서 국비를 지원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해왔다. 지하철 1호선의 경우 국철 구간은 국비를 지원하지만, 도철 구간은 그렇지 못하는 넌센스가 벌어지고 있다. 인구 1000만의 서울은 인구고령화로 인해 무임수송인원이 해마다 늘어 2019년에는 2억 7384만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위기까지 겹쳐 운수수입도 줄었다. 공사는 올해 8295억 원의 적자를 볼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고 박원순 시장이 표를 의식해 지하철 요금을 현실화 하지 않아 요금을 수익자가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 혈세로 부담하게 됐다.
한지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