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현대重 등 임단협 해넘겨
HMM·르노삼성, 새해 파업 준비
친노동 정책에 노조법 개정 영향
조합원 늘어 강성기조 심화 예고
문재인 정부 들어 노동조합이 급격히 세를 불리며 ‘힘의 불균형’이 현실화한 가운데 자동차, 조선, 철강, 해운 등 국내 주요 제조업의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상)이 잇따라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친(親)노조 기조의 정책 속에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과 관련된 노조법 개정과 상급 노조간 선명성 경쟁도 심화하고 있다. 연쇄파업 등 국내 산업의 발목을 잡았던 ‘강성 노조’ 악순환이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해 넘기는 임단협…연쇄파업 조짐도=3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사는 전날 임단협 교섭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며 2년 연속 해를 넘기게 됐다. 지난해 임금 교섭부터 쟁점으로 부각된 법인 분할(물적분할)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1년 7개월째 계속된 평행선으로 연내 잠정합의안 가능성은 희박한 상태다.
현대삼호중공업의 임단협도 교착 상태다. 노사는 지난 22일부터 매일 집중교섭으로 전환했지만,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앞서 노조는 18일 두 차례 부분파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 6월 노조의 전면파업으로 타격을 입었던 STX조선해양은 올해 임단협을 시작조차 못 한 상태다. 사측은 내년 투자자가 확정되는 대로 교섭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불확실한 시장 상황으로 타결까지는 긴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사측 기준 14차 본교섭을 진행한 현대제철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임금 인상을 두고 노사 간 신경전이 팽팽한 데다 복지 조건 및 작업환경 개선에 대한 논의까지 지지부진하다.
HMM(옛 현대상선)은 한국노총과 한국운수물류노동조합총연합회,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 등을 업고 새해 파업 준비에 들어갔다. 수년간 동결된 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노조와 채권단 관리체제에서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사측이 맞서고 있다. 조합원 쟁의행위 찬반 투표 결과(찬성 97.3%)를 고려하면 강도 높은 파업도 예상된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기아차가 연내 임단협 교섭을 매듭지으면서 르노삼성차만 남게 됐다. 사측이 교섭 재개를 요청한 것과 달리 노조는 협상 재개 시기에 맞춰 파업을 준비 중이다. 내년 초 수출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가동률 하락으로 인한 생산 차질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勢불리는 노조…‘강성 기조’ 심화=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내년 노조의 강성 기조가 더 심화할 것으로 우려하는 분위기다.
현 정부의 노조 편향적인 정책과 ILO 핵심협약에 따른 노조법 개정 움직임이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된다. 노조법이 수면 위로 부상한 올해 하반기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진행하는 등 중앙 단위의 노사 관계가 불안한 모습을 보인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노동계의 요구를 수용해 노동3법을 통과시킨 데 이어 산재 발생 시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법 제정안 등 기업 위축 요인도 산적해 있다. ‘산별 노조 체제’를 형성하고 있는 유럽국가와 달리 ‘기업별 노조 체제’를 중심으로 한 국내 제조업 특성상 노사 분규의 증가가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세 불리기를 통한 노조 간 선명성 경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실제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9년 노조조직률’에 따르면 국내 노조 조직률은 12.5%로 2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조합원 수는 총 253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2018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 증가치인 24만3000명을 기록한 이래 2년 연속 20만명대 증가세를 보였다. 내후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노동계 환심 사기가 이어질 경우 조합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철희 한국경영자총협회 노사관계지원팀장은 “연말까지 임단협 체결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노사 분규와 갈등이 지속되는 이유는 노조의 교섭요구 관철에 대해 잘못 형성됐던 노사문화가 여전히 제조업 현장에 남아있기 때문”이라며 “해고자·실업자 등 노조 가입 허용, 노조 전임자 및 근로시간면제제도 등 노조법 개정안으로 내년 이후에도 노사 관계는 더 적대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찬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