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한달사이 가격이 40%나 급등!”
전세계적으로 그래픽카드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채굴꾼 ‘싹쓸이’에 광풍이 부는 비트코인보다도 더 빨리 가격이 오르고 있다. 한달사이 가격이 40%나 급등했다.
매점매석 사재기에 비트코인 광풍으로 암호화폐 채굴꾼까지 늘어나면서 그래픽카드 구하기도 쉽지 않다. 가격도 폭등하면서 구매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일부 매점매석 상인 폭리까지 겹쳐 유통 구조의 왜곡이 심각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8일 가격비교사이트 에누리닷컴, 다나와 등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지포스 RTX 3060 Ti’ 칩셋을 탑재한 그래픽카드의 가격은 이달 초 출시 때와 비교해 일제히 10만~20만원가량 비싸졌다.
글로벌 하드웨어 제조사 ASUS(이하 에이수스)의 ‘KO 지포스 RTX 3060 Ti’ 제품은 출시 당시 오픈마켓에서 51만원 이하에 판매됐지만, 최근엔 약 73만원으로 40% 넘게 가격이 뛰었다. 기가바이트의 ‘지포스 RTX 3060 Ti 이글’ 제품 역시 54만~56만원선에서 72만원 이상으로 올랐다.
3060Ti 그래픽카드 제품의 가격이 치솟은 것은, 최근 암호화폐 투자 광풍이 재연되고 있는 가운데 이더리움의 채굴 효율이 높은 ‘현존 최고 가성비’ 제품으로 알려지면서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 이용자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가 급등하면서 중국 채굴장으로 전 세계 3060Ti가 싹쓸이됐다”며 “그나마 국내 공급량이 충분했던 지포스 RTX 3070 그래픽카드는 국내 채굴업자들이 싹쓸이하는 중이라고 한다. 당분간 그래픽카드 가격 상승은 물론 구하기도 힘들어질 것 같다”고 적었다.
해당 제품의 품귀 현상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미국에 거주하는 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그래픽카드를 구하려는 현지 시민들이 PC부품 전문 유통매장의 개장 시간에 맞춰 줄을 서 있는 사진을 게재하기도 했다.
글쓴이는 “3060Ti 구매에 성공했다”며 “9시에 열리는 마이크로센터에 9시 15분에 도착해서 대기했는데, 내 앞앞에서 3070 물량은 동이 났다”고 전했다. 그는 “인터넷에서는 물량이 풀리자마자 바로 몇초만에 사라져버린다”며 “3시간 떨어진 곳에서 운전해서 갔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내 시장에서는 단순히 수요와 공급에 따른 가격 변동에 더해 일부 매점매석 상인이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고객들의 의심까지 더해지고 있다.
그 중심에는 앞서 엔비디아가 지난 9월 출시한 또다른 3세대 칩셋 RTX 3080 그래픽카드의 품귀 사태가 있다. 지난 9월 에이수스가 제조하는 RTX3080의 한국 총판업체 인택엔컴퍼니는 RTX 3080을 도소매업자들이 아닌 쿠팡 등 오픈마켓에서만 유통한 바 있다.
하지만 전자상가 일부 상인들은 온라인에서 물건을 쓸어담아 웃돈을 붙여 되팔았다. 오픈마켓에서 RTX3080을 구입하지 못한 소비자들은 어쩔 수 없이 전자상가를 다시 찾게 됐고, 가격은 처음 출시 가격보다 훨씬 높았다.
지난 10월에는 일부 판매점의 그래픽카드(RTX3080) 매점매석 폭리를 해결해달라며 청와대 청원글이 등장하기도 했다. 자신을 ‘컴퓨터에 관심이 많은 대한민국의 한 국민’이라고 소개한 이 작성자는 RTX3080 그래픽카드가 불공정한 방법이나 업체 단합으로 기업이 정한 권장소비자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것을 막아달라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