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 발원, 무등산 증암천 천혜의 생태
‘광라장창’ 4대도시, ‘3평’ 풍요로운 고을
정원예술, 지식인의 산중문답, 선비 의병
물과 볕 깃든 곳 인재모여 지혜,의기 나눠
선산, 홍성, 포항, 제주 등 전국서 담양으로
법고창신 후예들, 문화·보건·과학발전 계승
[헤럴드경제=함영훈 선임기자] 물 좋고 볕 잘 드는 곳은 동서고금 ‘살기좋은 곳’의 핵심 요소였다. ‘못 담’에 ‘볕 양’자를 쓰는 담양(潭陽)이 전형적인 곳 중 하나다.
영산강 발원지를 포함해 여러 개 강·개천·호수가 있으며, 평야·산하가 조화를 이룬 곳에 지혜로운 사람들의 미학과 이용후생의 과학이 투영돼, 수천년 발전시킨 고을이다.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어 풍요의 기반 위에 문학, 도덕, 나눔, 예술, 정의, 슬기로운 담양생활을 추구했고, 지금도 그렇다.
부른 배를 두드리며 격앙가를 부르는 백성들이 그렇듯, 느림의 상징, 담양 창평면 삼지내 마을은 아시아 첫 국제슬로시티로 지정됐다.
지금의 담양 중남부와 광주 및 화순 북부는 1913년까지 읍치(군수의 관아)가 있던 창평군이었는데, ‘광라장창(光羅長昌:광주·나주·장성·창평)’이라 불리는 남도 4대 도시였다. 물산이 많이 수확된다는 점을 말해주는 ‘3평’ 도시(창평,나주남평,함평)이기도 하다.
고려 이후 행정구역이 여러번 바뀌면서 광역단체급 중심도시가 나주,남원,광주로 교체되기도하고, 크고작은 고을이 붙었다 떨어지기를 반복했는데, 무등산에서 발원해 영산강을 향하는 증암천 바로 건너 환벽당이 있는 광주 충효동은 오랜 세월 창평과 같은 공동체였고, 물염정이 있는 동복의 적벽(명승)은 다른 행정구역일 경우가 많았지만 생활권역은 같았다.
국가지정 명승이 수두룩한 고을이다. 담양군 가사문학면에 있는 담양 제주양씨 창암종가의 소쇄원(40호), 광산김씨 가문이 세운 것을 사돈인 담양 영일정씨 소은공파 송강 정철 후손들이 함께 가꾸고 보존하는 식영정(57호)·환벽당(107호), 담양 홍주송씨 종가가 지은 물염정이 굽어보는 동복의 화순적벽(제112호)이 모두 명승이다.
반경 1㎞ 이내에 명승이 3개, 담양종가의 손길이 닿은 반경 12㎞내에 명승이 4개 라면, 이 지역은 천혜의 자연과 지혜로운 사람의 조화로운 걸작들이 집중된, 선물같은 곳이라 할 만 하다.
국내 최고의 친자연 정원인 소쇄원에선 주인인 조선 천재 양산보(제주양씨)와 지식인들의 산중문답이 이어졌고, 송강 정철(영일정씨)의 성산별곡 무대였던 식영정에서는 행동하는 선비 고경명 등 ‘식영4선’의 원인분석형 나라걱정, 대안탐구형 학문토론, 시문 발표가 계속됐다.
‘조선의 수퍼우먼’ 선산류씨 종부 송덕봉은 여성 능력을 인정해주는 시댁종가의 양성평등 문화 속에 4대 여성지식인 반열에 올랐다. 홍주송씨 송제민-송타 부자(父子)는 주자학,주역의 대가들인데 왜적이 쳐들어오자 각각 의병대장 김천일, 조헌, 고경명 등과 연대해 목숨 바쳐 나라를 지켰다.
담양의 후예들은 천혜와 지혜의 유산들을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자세로 이어간다. 춘향전 이몽룡의 실존인물로 고증되고 있는 성이성(1595∼1664)이 담양부사 시절 만든 관방제림에 신여성, 풍각쟁이가 활보하던 1930년대 문화특구를 조성, 인근 녹죽원, 죽림원, 메타세콰이어길과 함께 국민들이 역사문화 심신힐링을 할수 있도록 꾸밀 계획이다.
담양은 12월만 해도 감염병관리 사업 국무총리 표창, 전남투자유치 우수상을 받았으며, 전국 지자체 최초로 농업실태조사를 통한 데이터기반형 6차산업 혁신을 도모하더니, 유럽에서 죽향·담향에 대한 20년 품종보호권을 확보해 이 분야 글로벌 독점 시대를 열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국사책에 제대로 나오지 않는 남도의 실용경제,구국의기,정의와 나눔정신을 조명하기 위해, 헤럴드경제는 남도일보,전남종가회 등과 ‘남도종가의 재발견’ 연속기획을 진행중이다.
이번 차례에는 ▷왕의 스승 류희춘이 가꾼 선산류씨 문절공파 미암종가 ▷4대 여류문학가, 부자(父子)의병, 나눔정신으로 유명한 홍주송씨 청심헌공파 청심헌종가 ▷송강 정철이 이끈 영일정씨 소은공파 계당종가 ▷영국 여왕이 가고파 했던 소쇄원의 제주양씨 창암종가 등 담양에 있는 남도종가의 예술, 인문학, 나눔공동체, 의병활동을 짚어보았다. 본관을 기준으로 경북 선산, 충남 홍성, 경북 포항, 제주 등 전국 명문가들이 담양으로 몰려들어, 군림하지 않고 더불어 함께하는 ‘담양 노블레스’를 일궜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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