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성탄절 기부 발길 끊겨

거리두기로 자원봉사자도 반토막

자선냄비 작년 328개→올 250개↓

20일 기준 작년보다 모금액 25%↓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지하철 광화문역 안에 설치된 구세군 자선냄비. 퇴근 시간임에도 인적이 드물어 보인다. 신주희 기자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지하철 광화문역 안에 설치된 구세군 자선냄비. 퇴근 시간임에도 인적이 드물어 보인다. 신주희 기자

#1. “여러분 자선냄비 모금 부탁드립니다.” 지난 23일 오후 1시께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 앞에는 기부를 독려하는 목소리와 캐롤을 연주하는 통기타 소리가 울려퍼졌다. 한바탕 한파를 겪고 풀린 날씨에 데이트를 하는 연인들과 점심 시간 식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직장인들로 거리는 북적였지만 이들 중 기부하는 이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삼삼오오 커피를 들고 가던 직장인들은 구세군 거리 모금 특별 공연에도 자선냄비 앞에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지나쳤다.

#2. 지난 21일 오후 6시께 서울 종로구 지하철 광화문역 개찰구로 향하는 해치마당 지하 길목. 무릎까지 오는 붉은 패딩을 입은 자원봉사자가 구세군 자선냄비 앞에서 종을 울리며 성금을 모금하고 있었다. 퇴근 시간임에도 개찰구로 향하는 시민들의 발길은 평소보다 부쩍 줄어 보였다. 대부분 시민은 ‘딸랑’ 울리는 자원봉사자의 종소리에도 자선냄비에 눈길조차 주지 않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한참을 기다려 나타난 기부자 이모(31)씨는 “올해는 특히 (코로나19로)취약 계층이 더더욱 힘들 것 같아 보탬이 되고 싶었다”면서도 “거리에 다니는 사람이 적어 모금도 줄은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성탄 대목 기부 손길과 자원봉사자들의 발길이 줄어 각종 기부금 모금이 위축됐다.

24일 구세군 자선냄비본부(이하 본부)에 따르면 지난 20일까지 집계된 12월 자선냄비 거리 모금액은 약 14억50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모금액인 19억5000만원에 비해 약 25%가량 감소했다. 본부 측은 올해 모금액이 29억원이었던 예년 기부금액에 비해 약 25%정도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선냄비 모금소 수 역시 지난해 328개에서 올해 250개로 대폭 축소됐다. 본부 측은 지난 8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2.5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모금소를 축소 운영하고 있다. 구세군 거리 모금 자원봉사자 역시 지난해에는 전국적으로 4만8000여명이 참여했지만 올해에는 2만3000명 정도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때문에 본부 측은 종을 울리는 자원봉사자 없이 비대면 자율 구세군 자선냄비를 모금소를 설치했다.

본부 관계자는 이날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자원봉사자 손길이 줄어든 데다가 자원봉사 지원을 단체가 아닌 개인만 받고 있어 초소(모금소) 확대 운영이 어렵다”면서도 “대신 올해에는 QR코드를 이용한 비대면 모금 빈도가 늘었다”고 했다.

지난 23일 만난 자선냄비 거리 모금 자원봉사자인 대학생 황모(22)씨 역시 “필수 봉사 활동 시간을 채워야 해 매년 자원봉사를 지원한다”며 “구세군 거리 모금 활동은 야외에서 하고 사람과 접촉이 그나마 적을 것 같아 신청했다”고 했다. 자선냄비 모금은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이하 공동모금회)도 올해 기부금 모금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날 기준 사랑의 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모금액은 2137억 7000만원으로, 사랑의 온도탑 온도계 기준 61.1도에 그쳤다. 공동모금회는 코로나19와 호우 피해로 연중 특별 모금이 진행된 점을 고려해 올해 목표액을 4257억원에서 3500억원으로 낮추고 모금 기간도 73일에서 62일로 단축했다. 지난 1일 시작된 공동모금회의 모금 기간은 내년 1월 31일까지다.

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올해 전국 사랑의열매 모금액을 집계하는 사랑의 온도탑의 온도계가 100도가 넘을지 미지수”라며 “코로나19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개인 기부자와 자영업자 기부 참여가 어렵다”고 했다. 이어 “지방에서는 장날에 현장 거리 모금 등을 진행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돼 거리 모금 역시 여의치 않다”며 “개인 기부 금액이 작년보다 저조하다”고 덧붙였다. 신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