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 교수 906명 설문조사
올 한해 우리 사회를 압축 표현하는 한자말로 '아시타비'(我是他非)’가 뽑혔다.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뜻으로, 올 한해 내내 정치·사회 상황을 지배한 ‘내로남불’ 식 자세를 꼬집은 것이다.
20일 교수신문에 따르면, 올해의 사자성어로 아시타비가 32.4%(복수응답)로 1위였다. 신문은 최근 전국 교수 906명을 대상으로 관련 설문조사를 했다.
아시타비에 이어 두 번째(21.8%)로 많은 선택을 받은 말은 '후안무치'(厚顔無恥). 낯이 두꺼워 뻔뻔하고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뜻으로, 아시타비와 비슷한 상황을 표현한 것이다.
이어 3위는 신발을 신고 가려운 곳을 긁는다는 ‘격화소양(隔靴搔癢·16.7%)’이 선정돼 핵심을 비껴간 채 헛수고만 거듭하는 우리 정치 상황을 비꼬았다. 또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의 어려움을 빗댄 '첩첩산중'(疊疊山中·12.7%)은 네 번째로 많은 선택을 받았다.
아시타비는 남에게는 나와 다른 이중잣대를 적용하는 세태를 한자어로 옮긴 것으로, 이야기가 담긴 성어라기 보다는 내로남불처럼 신조어에 가깝다.
교수들은 어느 사회든 나름의 갈등이 있지만 올 한해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적 위기 속에서도 정치·사회적으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아시타비 행태만 두드러졌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특히 정치권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아시타비를 추천한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소위 먹물깨나 먹고 방귀깨나 뀌는 사람들의 어휘 속에서 자신에 대한 반성이나 성찰, 상대를 위한 건설적 지혜와 따뜻한 충고, 상생의 소망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시타비가 올해의 우리 사회를 대변하는 사자성어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는 사실에 서글픈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고 했다.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는 “올 한해 유독 정치권이 여야 두 편으로 딱 갈려 사사건건 서로 공격하며 잘못된 것은 기어코 남 탓으로 돌려 공방하는 상황이 지속됐다. 정치적 이념으로 갈라진 이판사판의 소모적 투쟁은 이제 협업적이고 희망스러운 언행으로 치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윤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