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제 의원 상대평가 전환법 발의

“노는 자격증 많아서”…20%대에 활용도 제고 차원

진입장벽 쌓기 안돼, 시험준비생 반발 고조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 공인중개사 시험을 상대평가로 바꾸는 법안이 제출됐다. 올해만 34만명이 응시했을 정도로 ‘국민자격증’이 된 공인중개사 시험의 문턱을 올려, 20%대에 불과한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난폭운전 많으니 운전면허부터 상대평가 해라”…공인중개사 시험 상대평가 반발 [부동산360]
서울 성북구 일대 부동산을 둘러보는 시민. [연합]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은 15일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을 현행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로 바꾸는 내용의 ‘공인중개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지난해 말 기준 45만명으로 추산되는 공인중개사 자격증 보유자 중 23.5%인 10만6000여 명만이 실제 개업하고, 또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취업한 인원도 1만4000여 명에 불과할 정도로 ‘장식품이 된’ 자격증 남발 현상을 막겠다는 것이다.

하 의원은 “공인중개사 시장의 포화상태를 고려해 시험을 상대평가제로 전환해 공인중개사의 수를 조정하고 과도한 경쟁을 예방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며 “직전 3년간 시험 응시인원 및 개업공인중개사·소속공인중개사의 수 등을 고려해 신규 선발인원을 결정하도록 했다”고 제안 의도를 설명했다.

실제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 인원은 1983년 제도 도입 이후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한 2016년 27만여 명이던 응시인원은 2017년 30만명을 넘었고 2018년에는 32만명, 올해는 34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올해는 모 대형 자격시험 사이트 모델로 활동 중인 개그맨 서경석씨가 직접 응시하면서 대중적 관심을 끌기도 했다. 서 씨는 1차 시험인 부동산학개론과 민법 모두 커트라인인 60점을 넘었다.

접수자들의 연령이 낮아지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올해 시험 접수자 중 40대가 32%였고 30대도 29%를 차지했다. 2019년 1만명에 불과했던 20대 응시자도 올해 시험에는 2만5700여명까지 늘었다.

이 같은 ‘진입장벽 쌓기’는 수험생들의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은퇴 이후 공인중개사 개업을 노리는 중장년층은 물론, 당장의 취업용 스팩쌓기가 절실한 청년층 모두에게 신규 진입장벽 강화는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미 중개사 시장 자체의 수요·공급이 충분한 상황에서 진입장벽 강화는 기존 사업자들의 이익만 늘릴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또 정부가 중개사 대면거래 없이 온라인에서 거래가 가능토록 하는 시스템 구축을 한국판 뉴딜 과제 중 하나로 제시하는 등 미래 시장 환경의 변화 추세와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중개사 시험 준비 관련 사이트에는 해당 법안 발의 소식과 함께 항의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중개협회가 법안 발의를 주도했다면 본인들 자리지키기”라며 “해도 너무하다”는 원망의 글을 올렸다. 또 “나라에서 일자리를 보장해주는 것도 아닌데 상대평가는 말이 안된다”며 “차라리 난폭운전이 많은 운전면허를 먼저 상대평가 하는게 맞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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