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허울만 좋은 콘셉트 사진?…실물은 언제쯤?”
최근 롤러블(돌돌 말았다 펼치는) 스마트폰 구동 영상으로 화제를 모은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사 오포(OPPO)가 이번에는 ‘3중 접이식’ 폴더블폰을 공개했다. 콘셉트 동영상에 이어 또 실물 없는 콘셉트 사진이다.
완성차 업계와 달리 스마트폰 업계에선 제조사가 선제적으로 제품 콘셉트 이미지를 공개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미국의 제재로 추락하고 있는 화웨이의 빈 자리를 놓고 중국 업체들간 기술 경쟁력 싸움이 치열하다. 실제 제품을 상용화할 기술력을 갖추지 못한 오포가 ‘이미지 메이킹’만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14일 기즈모차이나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중국 오포는 최근 일본 디자인 스튜디오 넨도와 공동으로 개발한 ‘3중 접이식’ 폴더블폰 이미지를 공개했다.
오포가 ‘슬라이드폰’이라고 소개한 해당 폴더블폰은 긴 폼팩터를 한 번 접는 일반적인 폴더블폰과 다르게 두 번 접을 수 있는 폰이다.
완전히 접으면 1.5인치에 불과하지만, 알림 확인, 전화 수신, 음악플레이어 재생 등의 간단한 기능은 수행할 수 있다. 한 번 펼치면 3.15인치 크기로 커진다. 오포에 따르면 캐주얼 게임 할 수 있는 정도의 화면이다. 완전히 펼칠 시에는 7인치에 달한다. 갤럭시Z플립(6.7인치) 등 일반적인 클램셸(위아래로 접는) 폴더블폰보다 유난히 길쭉하다. 여기에 스타일러스펜, 트리플 카메라 등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슬라이드폰이 상용화되기까진 최소 몇 년이 걸릴 전망이다. 화웨이, 레노버 모토로라 등 일부 중국 업체와 달리 오포는 아직도 첫 번째 폴더블폰조차 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도 전략 콘퍼런스에서 OPPOx2021이라는 이름의 롤러블폰 콘셉트 영상을 공개했지만, 이 역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단기간 내에 내놓을 계획이 없다”고 일축했다.
업계에선 오포의 잇딴 콘셉트 제품 공개가 ‘기술력 과시용’이라고 보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업계 1위 화웨이가 미국의 무역제재로 하락세를 걸으며 화웨이의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중국업체간 점유율 다툼이 치열한 가운데 오포가 콘셉트 이미지로 기술 리더십을 드러내려 한다는 것이다. 실제 스마트폰 업체가 콘셉트 이미지를 선제적으로 공개하는 건 드문 일이다. IT 트위터리안 등을 통해 ‘우연히 유출’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엔 이형(異形) 폼팩터 대중화 원년이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인만큼 각 제조사별로 이형 폼팩터 라인업을 보유했느냐 여부가 기술력을 가늠하는 지표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오포의 경우 판매량 대비 기술력으로 평가받는 업체가 아니라 콘셉트 이미지라도 공개하려는 것 아니냐”고 분석했다.
한편 전 세계 폴더블폰시장 규모는 2019년 320만대에서 올해 1300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2022년엔 5000만대 규모로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