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대비 순발행액 7배

이자이익 수익성 악화

자산운용 등 비이자이익 강화

저금리에 은행채 발행 비용↓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올해 들어 은행채 발행이 급증했다. 국내 은행들이 채권시장에서 직접 자금을 조달하는 규모가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배경으로는 저금리와 자산운용이 지목된다. 저금리로 은행 이자이익의 수익성이 떨어지는만큼 비이자이익을 끌어올리기 위해 운용자산을 확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저금리인 덕분에 은행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이 낮게 유지되고 있는 것도 은행들이 은행채 발행을 늘린 원인중 하나로 해석된다.

9일 금융투자협회가 집계한 은행채 발행 통계 집계 결과 올해 들어 이달 8일까지 발행된 은행채 발행 규모는 총 169조1500억원이다. 지난해 발행된 은행채 전체 금액(134조9100억원)보다 25.3% 증가한 규모다. 순발행금액을 기준으로 따지면 지난해 6조9282억원에서 올해 47조3841억원으로 폭증했다. 7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순발행금액은 발행액에서 상환액을 차감한 금액이다.

은행채 발행 급증 원인은 우선 은행들이 수익성을 강화키 위한 실탄 마련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은행의 전통적인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인 원인이 크다. 올해 3분기 은행권 순이자마진(NIM)은 1.4%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여·수신 금리 차이가 핵심인 이자이익이 과거와 같은 수익성을 나타내기 힘든 환경에서 은행들은 비이자이익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3분기 중 국내 은행의 비이자이익은 1조80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1.2% 증가했다.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 이후 신탁 영업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높은 증가율을 보인 셈이다.

특히 올해 코로나19 금융지원 등으로 은행권 대출이 급증했음에도 시중은행들의 원화유가증권 운용자산 증가율은 대출증가율을 앞질렀다. 지난해 말 대비 올해 3분기까지 대출증가율은 7.1%고, 원화유가증권 운용자산 증가율은 10.6%를 기록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저금리 상황에서 이자수익이 악화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해 운용할 자산을 늘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운용자금의 조달비용이 낮아진 상황도 은행채 발행 급증의 주요 요인이다. 은행채 금리는 보통 같은 만기의 국채금리에 은행별 가산금리를 더해 책정한다. 저금리에 수익률을 따라 예금이탈이 늘어나면서 은행들은 자금조달 수단으로 채권발행에 더욱 의존하고 있다. 은행채 발행이 늘어나면 수급부담으로 발행금리 상승이 우려되지만, 제로금리에 가까운 시장금리 수준을 감안하면 비용부담은 여전히 적다.

더욱이 신용도가 높은 은행채 금리의 경우 시장금리보다 낮은 수준에서 발행이 가능하다. 실제 지난달 27일 은행채 1년물 1600억원은 0.78%로 민간평가사 금리보다 15.6bp 낮게 발행됐다.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을 관리하기 위해 은행채 발행을 늘리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LCR은 한달 내 빠져나갈 순현금 유출액 중 현금화하기 쉬운 자산을 얼마나 보유했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로 은행의 대표적인 유동성 지표다. 은행이 LCR을 높이기 위해선 정기예금 등 수신액을 늘리거나 은행채를 발행해야 한다.

앞서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지원을 위한 은행의 대출 여력을 늘려주기 위해 LCR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100%→85%)해줬다. 한시적 완화는 내년 3월 종료된다. 올 3분기 말 기준 4대 은행(신한·KB·하나·우리은행)의 LCR은 모두 기준치(100%) 아래로 떨어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