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악재는 악재가 아니다’란 말이 있다. 인버스 투자 등 다양한 투자기법이 발달한 증시에선 더 그렇다. 하락세도 예상대로만 진행된다면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주식 투자의 핵심은 예측력이다.

역으로, 예고치 않은 상승도 호재만은 아니다. 증권가는 실기(失期)한 투자자의 원성부터 피할 수 없다. 개인투자자도 마음이 괴로울 수밖에 없다. 원래 내가 잃은 돈보다 남이 번 돈에 더 번뇌가 깊은 법이다.

결국 오르든 내리든 투자자나 증권가 입장에선 예상 내에서 움직이는 게 최상의 조건이다. 그러다 보니 올해 증권사 리서치센터 직원들을 사석에서 만나면 “너무 괴롭다”는 토로가 끊이질 않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전 세계 증시는 기록적 하락세와 그보다 더 기록적인 상승장을 연출했다. 예측하기 무섭게 상단을 뚫어버리는 증시에 증권가는 계속 ‘뒷북’ 신세였다. 내년 증시 전망도 마찬가지. 불과 몇달 전만 해도 ‘코스피 3000 돌파’를 전망한 증권사는 드물었다. 이젠 어림잡아 5곳 이상이다. 기류가 변한 건 12월 들어 주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다.

물론 증권가 탓만 할 수도 없다. 코로나 확산도, 백신 개발도, 전 세계 정부가 쏟아내는 유동성도 모두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변수다. 현재 코스피 52주 최저가는 1439.43. 불과 지난 3월이다. 9개월 사이 1400대가 2700대로 변했다. 이건 격세지감도 아닌 ‘격월지감(隔月之感)’쯤 될 성 싶다.

이제 내년 코스피 3000 돌파는 큰 이견이 없어 보인다. 일단 원/달러 환율이 1100원 밑에서 장기화할 조짐이다. 원/달러 환율 하락은 외국인 매수세를 부추긴다. 역대급 유동성에 개인투자자 실탄도 넘쳐난다. 고객예탁금은 지난 11월 중순 이후 꾸준히 60조원 이상 대기 중이다. 개인이 밀고 외국인이 끄는 코스피다.

과거 상승랠리를 이끈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을 대신할 ‘차·화·전(자동차·화학·전자반도체)’이 3000 시대를 이끌고 있다. 반도체는 언택트 시대로 슈퍼사이클에 돌입했고, 원윳값 하락과 2차전지 수요 급등으로 화학업종도 특수가 예상된다. 테슬라 열풍을 타고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자동차업종 전망도 핑크빛이다.

코로나 백신 개발도 가시권에 왔고, 바이든 정부도 코로나 사태 극복을 위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예고하고 있다. 국내외 환경을 종합하면 코스피 3000 돌파는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12월엔 상승 국면이 주춤하거나 하락 전환할 수 있다. 워낙 11월에 급등한 데다 12월엔 통상 대주주 요건에 따른 매물이 쏟아지는 시기다. 정부가 추진한 ‘3억원 하향’은 무산됐지만 강화가 무산됐을 뿐 조건은 전과 동일하다. 지난해에도 12월엔 대주주 요건을 피하려는 슈퍼개미들의 매도가 연말 쏟아졌고, 그 여파로 20거래일 중 14거래일에서 개인은 순매도를 기록했다.

12월 조정기는 오히려 3000 시대를 준비할 기회가 될 수 있다. 영국을 시작으로, 이제 코로나 백신 접종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내년에 기대를 거는 건,그저 막연한 바람과 희망만은 아니다. 물론 그래야만 한다는 바람도 크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