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0년동안 변변한 컨벤션센터 건설안해 수요 충족 못시켜
중국 정부주도 세계 최대규모 전시장 10개 건설 추진 2개 완공
일본도 2030년까지 아시아 1위 컨벤션 개최국 목표 적극 육성
[헤럴드경제=이진용 기자]최근 코로나19로 마이스(MICE) 산업이 위기에 처해 있다. KDB 미래전략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기준, 올해 개최 예정 행사 218건 중 55건만 실시됐으며 절반 이상의 행사가 취소된 상황이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마이스 산업이 여전히 미래지향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흔히 마이스 참가자 100명을 유치하는 것은 중형승용차 21대, LCD TV 1531대, 휴대폰 1076대를 수출하는 것에 비견된다. 실제로 2018년 한국관광공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마이스 산업의 생산유발효과는 2016년 23조 3000억원, 23만 9000명의 고용창출효과가 있었다.
마이스 산업은 지역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미친다. 스위스의 작은 산골 마을인 다보스는 매년 세계경제포럼을 개최하면서 유명해졌다. 마이스 산업은 지식의 유통 및 정보공유를 촉진하는 지식기반산업이다. 대부분의 국제회의와 비즈니스 미팅은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이 자리하는 각종 정보공유의 장이 되므로, 개최지의 참가자 및 관람자들은 이러한 최신의 정보나 동향 등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마이스 시설 인근 지역에 많은 기업들이 새로운 판로를 개척할 수 있는 기회의 장으로 입주하고 싶어한다. 민간외교 차원에서는 국가인식 개선과 국제적 친선을 통한 대외 홍보효과를 가져다준다. 이처럼 경제적, 사회문화적 이유로 세계 각국들은 마이스 산업의 육성을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을 펼치고 있다.
국제회의 개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세계적인 마이스 도시 싱가포르의 경우, 1970년대 초부터 정부주도 사업을 통해 마이스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했다. 싱가포르는 자연경관이 부족한 여건을 보완하고자 배를 형상화한 공원과 독특한 연꽃 모양새로 설계된 12만 규모의 마리나베이샌즈 리조트를 조성했다. 해당 리조트는 카지노, 호텔, 컨벤션센터, 쇼핑몰, 야외공연장 등 복합공간을 관광객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복합시설로서 매년 600여 개의 전시회, 박람회를 통해 600만 명 이상의 해외방문객을 유치하고 있다.
벨기에의 브뤼셀 역시 ‘브뤼셀 컨벤션 디스트릭트’을 조성, 지리적 약점을 극복하고 있다. 먼저 도시 중심부에 상업 및 문화지구 5곳을 마이스 산업과 연계한 특화지구로 조성해 많게는 2000여 명까지 수용 가능한 컨벤션 시설을 갖추었고, 산업 활성화를 위해 마이스 방문객 전용카드 제도와 컨벤션 기업에 대한 적자보전 보증금 제도를 운영하며 각종 정책적 지원을 아까지 않고 있다. 이런 규모별 특화 운영 및 지원제도로 인해 현재는 1000여개의 국제기구 및 비정부기구가 소재하며 매년 700건의 국제회의를 유치하고 있다.
▶세계 3위의 국제회의 개최도시 서울, 20년간 마이스 산업 인프라 제자리=우리나라 마이스 산업의 경우, 2009년 1월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및 미래기획위원회 합동회의에서 17개 신성장동력 산업 중 하나로 선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육성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2010년 이후 현재까지 전국 각지에 약 10만의 크고 작은 마이스 시설이 확충됐다. 또 최근 부산시에서 발표한 ‘부산 마이스 5.0’ 추진계획과 같이 지자체별로 특화된 마이스 정책이 운영 중이다. 이런 정책적 노력에 힘입어 우리나라의 국제회의 개최횟수는 2005년 세계 11위에서 2018년 세계 2위로 도약하는 성과를 이뤘다.
서울시 역시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1위 마이스 도시이자 싱가포르와 브뤼셀을 이은 세계 3위의 국제회의 개최도시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마이스 산업 성장세와 세계적 위상에도 불구하고 인프라 규모는 아직까지 세계 20위권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난 2000년 코엑스 증축 이후, 20년간 마이스 인프라 확충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현재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실제 서울 최대 규모의 전시·컨벤션 시설인 코엑스는 지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만명 규모의 로타리 국제대회 등 12건의 초대형 국제회의 유치에 실패하는 아픔을 겪었다.
이재성 서울관광재단 대표는 “서울은 지난 10년간 최고의 아시아 여행지로 선정되는 등 마이스 여행지로서 많은 매력을 가지고 있으나 적극적인 인프라 지원이 부족하다”며 “대규모 국제회의 및 전시회를 유치하기 위한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은 서울의 마이스 산업의 경쟁력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중국의 경우는 정부의 전폭적 지원으로 세계 최대 마이스 규모 10대 전시장 중 2개를 건설했으며 일본 역시 2022년까지 대형 호텔 유치 및 중심지 재개발을 추진하는 한편, 2030년까지 아시아 1위 컨벤션 개최국을 목표로 장기적인 시각에서 MICE 산업을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마이스 강대도시 서울의 지속가능성에 빨간 불이 켜진 상태이다.
▶서울만의 특색있는 경쟁력으로 마이스 산업 키워야=한국관광공사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한국의 마이스 산업의 GDP기여도는 1.03%로 나타난다. 이는 2009년의 0.45%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미국 2%, 싱가포르 1.9% 등과 같이 여타 마이스 선진국의 경우 약 GDP 기여도가 약 2% 대인 것을 본다면 아직까지도 추가적인 성장여력이 있다.
또 서울시 역시 각국에서 마이스에 힘을 쏟는 상황에서 현재 국제회의 개최 3위 도시의 명성을 앞으로도 계속해서 유지하고 효자 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싱가포르나 벨기에 등 선진국들의 사례들을 참고해 서울만의 특색있는 경쟁력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와 서울시가 마이스 산업 육성에 총력을 다해야 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