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한진해운 사태는 없어야 한다.”
산업은행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추진을 두고 인수·합병(M&A)업계에서 나오는 말이다. 한진해운 파산 결정이 국내 해운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지난달 19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한진해운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중장거리 독점 항공사 출범이라는 결단을 내릴 수 있었던 배경으로 해석된다.
M&A 전문가들은 한진해운 파산은 한진해운만 망한 게 아니라 현대상선 턴어라운드의 발목도 잡은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래서 파산이 아니라 양 사 통합을 결정했다면 일찌감치 경영정상화가 가능했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진해운이 파산했다고 해서 선박이 사라지는 게 아니었다. 청산 과정에서 나온 90여척의 선박이 글로벌 해운사 머스크, MSC 등에 헐값에 팔렸다. 선박과 함께 화주도 사라지면서 국내 화물량 자체가 급격하게 줄었다. 그사이 현대상선은 정부의 유동성 지원으로 재무건전성 회복에 힘썼다.
그러나 유일한 활로는 물동량 확대였다. 결국 배를 사는 데 또 대규모 자금이 투입됐다. 이렇게 기업가치 개선(밸류업)까지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갔고 한진해운 사태가 터진 지 약 7년 만에 현대상선은 이제야 긴 터널의 끝에서 나오는 모습이다.
정부는 한진해운 사태를 겪으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독점에 대한 우려를 정부가 떠안고 국내 항공업 정상화만을 바라보고 나선 행보라는 평가가 더해진다. 일단 국내 항공사가 살아남는 데 방점을 찍었다는 얘기다.
항공업계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부터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미 수년 전부터 중장거리는 대한항공에 밀리고, 단거리는 저비용 항공사(LCC)에 치여 실적 감소를 겪고 있었다. 결국 코로나19가 트리거(방아쇠)가 됐지만 국내 항공시장은 중장거리 노선 비효율 개선, 난립하는 LCC 정리 등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총대를 메고 나선 산업은행 등 정부를 항공업계가 지지하는 이유일 것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작업은 산업은행 발표 이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모펀드(PEF) 운용사 KCGI, 반도건설 등 3자 연합의 가처분 신청(한진칼 신주발행 금지) 기각으로 첫발을 뗐다. 하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3자 연합의 추후 움직임, 양사 노동조합의 우려, 시민단체의 반발, 여기에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도 받아야 한다.
일각에선 공정위가 ‘독점기업 탄생’이라는 합병 승인 부담을 질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또 M&A업계도 통합 대한항공 출범이 첫걸음일 뿐이라는 말도 한다. 노선 및 기단 정리 등 인수 후 통합(PMI) 작업이 만만치 않은 탓이다.
‘제2의 한진해운 사태는 안 된다’는 정부의 결단이 난관을 딛고 열매를 맺길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