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 절벽’에 뿌리산업 “주 52시간 유예’ 호소
‘입법 초읽기’ 중대재해처벌법·지역자원시설세 재고 당부
코로나19로 신용등급 하락하면 중기 대출문 좁아지는데
생계 지원보다 규제 신설 움직임에 중소기업계 절망
[헤럴드경제 도현정 기자]중소기업계가 당장 다음달부터 50인 이상 사업장에 전면 도입되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두고 “코로나19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를 구하지 못하는 ‘뿌리산업’만이라도 적용을 늦춰달라”는 호소에 나섰다. 제조업의 인력절벽을 감안하지 않고 ‘무차별’ 적용되는 근무시간 단축의 부작용을 코로나19 종료 이후로 늦춰달라는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멘트사에 이중과세를 물리는 지역자원시설세 등 법 원칙과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고 ‘입법열차’를 타고 있는 법안에 대해 재고해달라는 당부도 나왔다. ‘입법독재’라는 우려 속 정기국회 마지막인 오는 9일을 앞두고, 중소기업들의 마지막 호소가 터져나왔다.
16개 중소기업 협·단체의 모임인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오는 9일 ‘중기 주요 현안 관련 중소기업계 입장’을 발표, 주 52시간 도입과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코로나19 관련 중소기업 신용평가 등급 등에 대한 의견을 전달하기로 했다.
중소기업계가 가장 절실히 호소하는 대목은 도금, 금형 등 산업의 근간이 되는 제조업인 뿌리산업만이라도 주52시간 적용을 코로나19 종료 이후로 늦춰달라는 것이다. 뿌리산업은 종사자가 지난 2017년 58만명에서, 2018년에 55만명으로 1년새 3만명 감소할 정도로 취업 기피 현상이 심각하다. 현재까지 외국인 근로자들에 기대왔으나, 올해는 코로나19로 외국인 근로자들의 입국이 제한되면서 인력난이 더 심각해졌다. 주 52시간 근무제에 맞추려면 인력을 추가로 고용해 근무조를 맞교대에서 3교대로 개편해야 하는데, 오히려 기존 맞교대 근무조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9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 4월 외국인 근로자 신규 입국 일정이 지연되면서 생산 차질이 발생한 업체가 64.1%였다.
뿌리산업 영위 기업들은 외국인 근로자 입국이 원활해질 때까지만이라도 주52시간 적용을 늦춰달라고 호소하고 나섰다. 더불어 탄력근로제와 선택근로제 등 보완입법도 조속히 마련해달라는게 중소기업계의 숙원이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올해를 주 52시간 계도기간으로 정한 전제 조건이 그 동안 보완입법을 하는 것이었는데, 보완입법은 하지 않은채 계도기간만 끝내게됐다”며 모순을 지적했다.
정의당이 정기국회가 끝나는 오는 9일까지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벼르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서도 중복·과잉규제를 자제해달라는게 중소기업계의 당부다. 중소기업계는 앞서 정치권에 대한 의견 전달에서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산업재해 발생 기업에 대해 대표자 형사처벌, 법인 벌금, 행정제재 등 3중 처벌까지 가능한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입법 행위”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업계에서는 산업재해의 책임을 사업주와 기업에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기업에 입증책임을 지우는 등의 내용을 규정한 것도 기업인의 활동을 옥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여기에 시멘트 업계는 노조까지 나서 국회에서 논의 중인 ‘지역자원시설세(일명 시멘트세)’ 입법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시멘트 생산 1t당 1000원의 지역자원시설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지역자원시설세 추진은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이중과세 논란이 제기되면서 폐기된 바 있다. 법안의 타당성에 대해 논란이 제기된 것을 1년도 안돼 다시 ‘재탕’ 논의를 하고 있는 셈이다.
중소기업계는 9일 입장 발표에서 원활한 금융 공급을 위한 별도의 신용평가 등급 기준을 마련해달라는 의견도 낼 예정이다.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곤두박질 친 매출을 기준으로 신용평가 등급을 산정하면 중기들은 대부분 등급 하락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신용등급 하락은 대출금리 인상, 대출한도 축소, 만기연장 거부 등 금융거래시 불이익으로 이어지고, 공공기관 입찰에도 제한을 받게 된다. 중기업계는 내년 금융거래시 중소기업에 별도의 신용평가기준을 마련하거나 최근 3년 내 최고매출액 기준으로 대출심사를 하는 등 대안을 마련해달라는 입장이다. 기업 생계와 직결된 금융에는 무심하고, 규제 신설 논의만 줄잇는 현실에 중소기업들은 절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