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내가 하긴 귀찮고 남을 시키기엔 망설여지는 각종 잔심부름이 플랫폼을 통해 사고파는 서비스로 굳어지고 있다. 개인이 요청사안이라 판단하는 뭐든지 거래가 된다. 벌레 퇴치, 가구 조립, 쓰레기 처리, 세탁물 찾기 등 생활에 밀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생활편의대행 심부름 앱에는 다양한 요청사안이 올라오고 있다. 실제 한 앱에는 “집에 바퀴벌레가 나타났어요. 대신 잡아주면 1만 9000원 드릴게요” “고양이 화장실 세척하고 베란다 청소까지 해주시면 3만원 드려요” “4문짜리 수납장 조립 요청합니다. 4만원” “5만원 드릴테니 벽걸이TV 설치 부탁드려요” 등을 볼 수 있다.
심부름 앱은 필요한 일을 연락처, 위치 등의 간단한 정보와 함께 ‘미션 요청’란에 올리면 주변에 위치한 헬퍼(도우미)가 접촉해 거래가 이뤄지는 방식이다. 의뢰인은 헬퍼의 프로필 사진과 업무 이력, 만족도 등을 본 뒤 선택해 세부 일정을 조율한다. 앱마다 다르지만 최저 가격은 ▷음식점, 편의점 배달 2000원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 2000원 ▷가구 옮기기 1만원 ▷잔심부름 3000원 이상 등 수준으로 책정됐다.
특히, 신종코로나바이러스19(코로나19) 대유행과 맞물려 영유아 자녀를 양육하는 가정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외출을 자제해야 하지만 필요한 물품이 있거나, 아이를 돌보느라 나가기 힘든 상황에 심부름 앱을 찾는다. 지역 맘카페에는 “애기가 열이 많이 나는데 체온계가 고장 나 큰일이었지만 심부름 어플 덕에 살았다” “아이 때문에 나갈 수가 없었는데, 저녁 장거리 덕분에 해결 했어요” 등 각종 후기가 공유되고 있다.
실제 앱을 찾는 이용자도 증가하고 있다.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안드로이드+iOS 기준)에 따르면 한 심부름 앱은 6월 대비 10월 활성이용자가 183.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만 건 이상 다운로드 된 또 다른 심부름 앱도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인 1월 대비 4월 활성이용자가 46.9%증가한 뒤, 11월까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남녀 이용자 비율은 6대 4 또는 7대 3으로 여성이 더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사 사례는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당근마켓에서도 “바퀴벌레를 잡아주면 3만원을 드리겠다”는 거래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심부름 형태가 다양해질 것을 전망하면서도 각종 범죄 발생 가능성을 우려했다. 실제 심부름 앱을 통해 부른 40대 남성이 고객을 성폭행 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이 있었다. 이 남성은 전자발찌를 찬 성범죄 전과자로 드러났다.
현행법상 성범죄자의 배달업 취업을 막을 방법은 없다. 지난해 발효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에 따르면 성범죄 등 강력범죄 전과자가 최대 20년간 택배업에 종사할 수 없도록 했지만 오토바이(이륜차)를 이용한 배달업은 제한 대상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공급자와 수요자 간 범죄가 초래되지 않도록 플랫폼의 예방적 조치가 뒷받침돼야 거래 안전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