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는 보험료보다 실업급여 갈수록 더 많이 수급
특고 의무가입은 지속가능성, 형평성 가치 훼손
“임의가입 바람직…임금근로자와 계정 분리해야”
[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 내년부터 택배기사·캐디 등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들에 대한 고용보험적용이 추진되면서 고용보험기금의 만성적인 적자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
19일 고용노동부와 국회 예산정책처 등에 따르면 정부는 ‘전국민 고용보험 가입’의 일환으로 지난 9월 택배기사, 음식배달원, 골프장 캐디 등 특고를 내년부터 고용보험 의무 가입 대상에 포함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 연내 개정안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부터 특고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이 의무화될 경우 처음엔 특고의 보험료가 쌓이지만, 갈수록 실업급여 등 지출이 급증해 결국 특고가 내는 보험료보다 받아 가는 실업급여가 더 많아져 만성적자를 초래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최근 발간한 2021년 고용부 예산안 분석 보고서를 보면 정부가 기존 산재보험에 가입한 9개 업종 특고의 평균 이직률, 보험료를 일정 기간 내서 수급 자격을 갖춘 비율 등을 통해 추산한 결과, 특고 고용보험 제도의 수입(보험료)에서 지출(실업급여·출산전후급여)을 뺀 금액이 2021년 1897억원, 2022년 2146억원으로 2년간 늘다가 2023년 470억원, 2024년 162억원으로 크게 줄고 2025년에는 -176억원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정책처는 정부가 지난 9월 특고를 고용보험에 가입시키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첨부한 ‘2021~2025년 재정 추계’를 인용해 분석했다. 특고가 일반 근로자들만큼 실업급여를 신청해 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아지는 시점이 2023년으로 당겨졌다.
결국 현행대로 추진할 경우 특고의 실업급여 지출이 늘어나면 적자가 심해질 수밖에 없고, 결국 일반 근로자들의 보험료로 특고의 적자를 메워줘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는 일반 근로자는 회사에서 해고를 당했을 때만 실업급여를 주지만, 특고는 소득이 줄었을 때도 실업급여를 줄 계획이다. 자발적으로 일을 쉬어도 소득이 줄었다는 것을 입증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특고는 코로나 사태 같은 고용 위기 상황에서 실업위험이 가장 큰 직종이기 때문에, 지금도 적자 운영되고 있는 고용보험 기금의 재정 안정성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용보험 적립금은 2017년 10조원에 달했지만,지난해말 기준 7조원대로 줄었다.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아예 기금이 바닥나, 일반 예산과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빌려 적자를 메웠다. 정부는 내년에도 공공기금에서 3조2000억원 등을 빌려 투입할 계획이다.
홍석준 의원은 지난 1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방안 마련을 위한 입법 공청회’에서 “특고의 고용보험 의무가입은 지속가능성, 형평성 등의 가치를 모두 만족시키지 못한다”며 “이직률이 임금근로자는 4.4%인 반면 특고는 38.1%로 크게 차이가 나는 만큼 시행을 하더라도 임금근로자와 특고의 계정은 분리해 추진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현 시점에 특수고용직의 고용보험 의무가입을 추진한다는 것은 시기상으로도 적절하지 않고 고용보험의 고갈만 앞당길 뿐”이라며 “사회보장제도는 필요하지만 꼭 ‘의무가입’이라는 방법을 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