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는 ‘빅데이터(Big Data)’라는 용어를 자주 접한다. 빅데이터는 용량과 범위, 형태, 생성 속도 등 여러 측면에서 기존의 데이터베이스로는 처리가 어려울 정도로 거대한 양의 데이터를 의미한다. 인터넷 검색이나 조회 수, 구매내용과 이동 기록 등 데이터가 축적되고 분석되며 활용되는 방식 또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디지털사회로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빅데이터는 미래 산업을 이끌어갈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향후 10년간 디지털 기반 플랫폼업계가 신규 부가가치의 70%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 세계, 전 산업에 걸쳐 빅데이터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가운데 농업 분야에서도 빅데이터에 기초한 다양한 플랫폼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은 농지·품종·비료·농약·기상 등 농업 관련 데이터를 포괄하는 ‘와그리(WAGRI)’라는 빅데이터 플랫폼을 개발했다. 다양한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해 민간기업에서 이를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디지털 파밍(Digital Farming)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미국의 ‘클라이미트 코퍼레이션(Climate Corporation)’은 미국 전역의 지역별 기온·강수량 등 250만개의 기후자료, 1500억곳의 토양정보, 주요 농지의 60년간 수확량 등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영농 현장의 위험 요소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회사는 2013년 세계적인 종자·농약기업인 몬샌토가 9억3000만달러에 인수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처럼 선진국들은 일찌감치 ‘데이터농업’을 유망분야로 인식하고 투자와 지원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관련 시스템이 미흡한 수준이지만 데이터농업에 대한 요구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데이터에 기초한 농업은 생산성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농업 현장의 다양한 고민을 덜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농업 관련 빅데이터 플랫폼이 구축되면 소비자들의 구매 시기와 수량, 소비성향 등에 대한 분석이 가능해진다. 여기에 예상 재배면적, 생산량, 출하 시기까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면 해마다 반복되는 과잉 생산으로 인한 가격폭락을 예방하고, 농산물의 안정적 수급을 통해 장바구니물가 안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날로 높아지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빅데이터 플랫폼은 매우 중요하다. 빅데이터에 기초한 더욱 정확하고 정교한 기상예측을 통해 지역별·시기별 기후환경을 고려한 작물 및 재배정보, 수확 적기 안내 등이 가능해질 것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연말까지 농식품 분야 최초인 ‘농식품 빅데이터 거래소’ 출범을 목표로 유관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다. 생산부터 출하, 도매, 소매, 물류, 소비, 외식, 급식 등 다양한 농식품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류해 농식품 관련 종사자는 물론 일반 국민이 폭넓게 활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농업 관련 빅데이터 플랫폼이 정착되면 청년들의 농업과 식품 분야 진출이 늘어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IT나 통계 등 관련 분야 전문인력들의 농식품업계 유입도 늘어날 것이다. 국내 농식품산업 규모는 269조원으로, 연평균 성장률 5.7%를 기록하고 있으며 관련 종사자 숫자는 366만명으로 전체의 17%를 차지한다.
빅데이터는 ‘21세기의 원유(原油)’로 불린다. 19세기와 20세기에는 석유가 산업발전을 선도했다면 이제는 데이터다. 데이터가 곧 자원이자 자산인 시대다. 농식품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은 우리 농업이 새로운 혁신산업으로 거듭나는 전환점이자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병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