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키워드 1위는 당연 ‘코로나19’일 것이다. 러시아 경제도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어 약 4~5% 역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에너지자원에 대한 수요 감소가 석유, 가스 등의 수출의존도가 40% 수준인 러시아 경제에도 직격탄이 됐다.

코로나19로 인한 세계경제의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과 글로벌 가치사슬(GVC) 재편으로 러시아 시장 변화도 가속화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위기일 수도 있지만 기업들에는 기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러시아는 미국과 중국 등 거대시장과 동남아 등 신흥시장에 가려 잠재력에 비해 아직 우리 기업들의 진출도 적은 상황이다. 지금의 코로나19 시대 러시아 시장에 나타나는 변화가 우리 기업들이 관심을 돌려야 할 새로운 시장, 새로운 기회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의 영토를 가지고 있어 물류의 제한이 많아, 인터넷이 활발하지 않던 1990년대 말부터 각 도시에 거점을 두고 카탈로그를 통한 원격 구매와 같이 상품과 언택트(Untact) 구매시장이 구축돼 있었다. 이번 코로나19로 러시아에서 급성장한 와일드베리(Wildberries)와 오존(OZON)의 성공비결도 넓은 영토로 인한 접근성의 제한 가운데 형성돼온 통신판매를 통한 구매 습관에 뿌리를 두고 있다.

러시아 최대의 온라인 플랫폼기업인 얀덱스(Yandex)의 경우 포털 서비스에서 시작해 인터넷쇼핑, 음식배달, 택시 분야의 공룡기업으로 성장했고 최근에는 러시아 대형 은행과 합병을 논의하며 금융 분야까지 지배력을 확대하려 했다.

글로벌 가치사슬의 변화로 러시아의 경제적 영향력이 큰 구소련 국가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역내에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점도 우리 기업들에 새로운 시장 진출의 기회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현대차 공장은 러시아에서 이미 국민브랜드 반열에 올랐으며, 최근에 현대위아에서 소형 가솔린엔진공장을 착공해 향후 유럽의 완성차시장까지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이뿐 아니라 신형 쏘나타 모델의 전주기 생산 및 GM 공장을 인수하는 등 변화하는 러시아 내 가치사슬의 재편을 활용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경쟁자들보다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또한 글로벌 가치사슬의 재편 대응에 한국과 러시아는 산업기술 협력을 통한 전략적 동반자가 될 수 있다. 러시아 측에서는 조선기자재, 농업, 의료기기 등 수입 대체산업에 한국의 상용화 기술을 접목, 현지화해 EAEU 역내에 수출하는 데에 관심이 크다. 한국도 인공지능(AI), 통신 등 러시아의 우수한 고부가가치 분야의 기초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올해는 한국과 러시아가 수교한 지 3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다. 30년이면 한 단계 더 성숙한 우정을 가진 친구로서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할 때다.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들이 우리 기업들에 새로운 미래를 찾게 되는 기회가 되기를 기원한다.

김정훈 코트라 상트페테르부르크무역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