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아이폰12, 5G(세대) 통신이 아니어도 괜찮아!”
이동통신사향 폰 대신 직접 아이폰12를 구매해 알뜰폰에 가입하는 이용자가 늘고 있다. 애플의 첫 5G 폰임에도 불구하고 본연의 기능을 십분 누리기 보단 조금 아쉽더라도 가성비를 택하는 이들이다. 가뜩이나 단말기 가격이 100만원을 훌쩍 넘기는 요즘같은 시대에 통신사에서 ‘짠물 공시지원금’을 받아 ‘안 터지고 비싸기만 한’ 이통사향 5G폰을 쓰느니 저렴한 LTE(롱텀에볼루션) 자급제 알뜰폰을 쓰는 게 낫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폰12, 5G 통신이 아니어도 만족스러울까? 기자의 대답은 “충분하다”다. 일주일 가량 LTE 통신망을 이용해 체험해본 아이폰12는 제품 자체만으로도 체감할만한 성능을 발휘하는 폰이었다.
아이폰12에 대한 만족은 외관 디자인부터 시작된다. 2017년 아이폰X 이후 둥글어진 모서리에 ‘각’이 생겼다. 이른바 ‘깻잎 통조림’이라 불리던 아이폰4와 5의 각진 디자인을 다시 채택했다. 벌써 만 12년 째 아이폰 외길 인생을 걷고 있는 기자로선 상당히 달가운 변화였다.
아이폰12는 아이폰12 미니와 크기가 비슷한 아이폰SE2와 비교하면 상당히 크게 느껴진다. 두께도 체감 1.2배 이상 두껍다. 기본 모델을 사용하는 아이폰X 이하 ‘존버단’이라면 묵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한 번 적응하고 나니, 오히려 작은 것 보단 큰 게 낫단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노란빛이 감도는 기본 디스플레이 색감은 많은 구매자들이 지적하는 ‘옥의 티’ 중 하나다. 사진 보정시 색감에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설정에서 입맛대로 바꿀 수 있다. 설정→손쉬운 사용→디스플레이 및 텍스트 크기→Night Shift 창으로 들어가 색온도를 조절하면 된다.
아이폰12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은 카메라 성능이었다. 아이폰12의 후면 카메라는 총 2개. 1200만 화소 광각, 1200만 화소 초광각 렌즈가 탑재돼 있다. 숫자로 보는 카메라 화소수는 5년여 전 출시된 아이폰6S에 머물러 있지만, 조리개나 딥퓨전 기능의 개선으로 결과물은 차원이 달랐다.
특히 조도가 낮은 곳에서도 실제로 보는 것 이상 또렷한 사물과 색감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야간촬영 모드 성능이 대폭 향상돼 불 꺼진 방 안의 풍경도 ‘대낮’처럼 담아냈다. 전면 카메라에서도 야간촬영 모드를 사용할 수 있어 어두운 곳에서도 선명하게 셀카 촬영이 가능했다.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촬영이야말로 아이폰12의 성능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예란 생각이 들었다.
아이폰12는 애플의 첫 5G 스마트폰이다. 본연의 성능을 제대로 만끽하기 위해선 5G 요금제를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최대 20만원대에 불과한 공시지원금을 받기 위해 10만원이 넘는 고가의 5G 요금제를 사용하는 건 그리 합리적이지 못하다. 무엇보다 동영상 스트리밍 시청이 적은 사용자에겐 그리 체감할만한 변화가 아니다.
5G 통신이 아니어도 아이폰12의 향상된 ‘속도’는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애플은 아이폰12에 A14 바이오칩을 탑재했다. 전작 대비 50% 성능이 향상된 것이 특징이다. 실제 애플리케이션 구동 과정에서 거의 즉각적인 반응속도를 보였다. 4만4000여장의 사진을 빠르게 훑을 때에도 10분의 1 지점까진 아이클라우드에서 지연없이 다운로드 됐고, 화면을 밀어 올릴 때에도 120Hz 주사율을 적용한 듯 빠르게 반응했다. 사지첩에서 이미지 검색 시에도 구형 아이폰과 달리 사진을 바로 불러왔다.
아쉬운 부분도 있다. 기본 구성품에 충전기와 이어폰이 제외됐다는 점이다. 탄소 배출을 줄이고 자원의 채굴 및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라지만, 그동안 무상으로 제공됐던 것이 중단됐다는 점에서 ‘손해보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한편 아이폰12는 저장용량별로 64기가바이트(GB)와 128GB, 256GB를 구입할 수 있다. 출고가는 109만원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