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박5일 손에 땀 쥔 대선 개표
끝까지 승리 믿음 ‘뒤집기’로 축배
지난 3일(현지시간) 저녁부터 4박5일간 이어진 미국 대통령 선거 개표전은 반전의 연속이었다. 개표 초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우세를 뒤로하고, 중반 혼전 양상과 후반 조 바이든(77) 민주당 후보의 역전은 한편의 드라마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승복하지 않고 소송전을 예고하고 있어 완전히 끝난 스토리는 아니지만, 7일 저녁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 연설로 사실상 제46대 미국 대통령이 확정됐다는 분위기다.
개표 초반 불안했다. 전날 저녁 투표가 마무리되면서 방송사의 출구조사가 발표되고 미국 동부를 시작으로 개표가 시작된 상황이었다. 1차 승부처로 불렸던 남부 ‘선벨트’ 지역인 플로리다와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모두 트럼프 우세로 표시됐다.
불리한 상황에서 4일 새벽 0시 40분께 바이든 후보는 첫번째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우리가 이번 선거를 이기는 길에 있다고 믿는다는 점을 밝히기 위해 여기 섰다”며, 지지자들을 안심시키려 했다. 그는 이어 “우편 투표 때문에 이것(개표)이 보통 때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고 모든 표가 개표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초반 분위기에 힘입어 트럼프 대통령이 조기 승리 선언을 하고 나서는 것을 막기 위한 ‘견제구’로 이해됐다.
4일 이틀째 개표가 진행되면서 주요 경합주에서 격차가 좁혀지기 시작했고, 쇠락한 북동부 공업지대인 ‘러스트벨트’를 시작으로 열세를 뒤집기 시작했다. 초반 트럼프 대통령이 우세했던 위스콘신과 미시간이 바이든 우세로 돌아섰으며, 펜실베이니아 등 핵심 경합주의 격차가 빠르게 좁혀졌다.
이날 저녁 바이든 후보는 델라웨어주 윌밍턴 체이스센터에서 개표 상황을 설명하면서 두번째 성명을 발표했다. 지지자들 앞에서 마스크를 벗으며 보인 환한 미소는 승리를 예감한 듯했다. 같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러스트벨트를 중심으로 주요 경합지 개표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내면서 ‘사기 선거’라 외치며 대선 불복 의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5일 선벨트 가운데 하나로 꼽혔던 애리조나의 승기를 바탕으로 네바다 승리까지 예고되면서 바이든 후보는 ‘승리 굳히기’에 나섰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홈페이지를 열었으며, 세번째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며 승리를 외쳤다. 이날 생중계 연설에서 바이든은 “개표가 끝나면 내가 승자로 선언될 것이라는 걸 의심하지 않는다”며 승리를 확신했다. 이어 그는 “모두 침착해 달라”며 지지자들 사이의 충돌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6일 펜실베이니아의 승리를 예감하자 바이든 후보는 4번째 대국민 성명에 나섰다. 그는 “최종 승리 선언이 아직 없지만, 숫자는 우리에게 분명히 말해준다”며 “이번 선거에서 이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조지아, 펜실베이니아에서는 역전을 했고 애리조나, 네바다에서는 리드를 지키고 있는 상황을 설명하면서 “우리는 300명 이상의 선거인단을 확보하는 길에 올라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7일 선거인단 20명이 걸린 펜실베이니아에서 승리가 확실해지면서 CNN방송 등 미국 주요 언론에서 바이든 후보가 당선을 확정지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당일 저녁 승리 연설에 나선 바이든 당선인은 “미국을 다시 존경받는 나라로 만들겠다”며 분열이 아닌 통합을 추구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다.
3일 투표 이후 장장 108시간에 이르는 시간동안 펼쳐진 개표 드라마는 미국 민주주의 역사상 이전에 없던 기록을 남기면서 바이든의 최종 승리로 끝나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승복이 있기 전까지는 혼돈이 지속될 수밖에 없지만, 지난 4박 5일간의 개표전에서 남긴 기록만 하더라도 이미 미국 역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내년 1월 20일 대통령으로 취임하게 되면 바이든은 78세로 미국 사상 최고령 대통령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4년전 트럼프 대통령이 70세에 취임하면서 최고령 대통령으로 기록되었다.
뿐만 아니다. 바이든은 66.8%의 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한 이번 선거에서 7538만여표를 얻으면서 최다 득표를 기록한 당선자가 됐다.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6950만여표로 최다 득표 당선인이었다.
바이든 당선인은 젊은 시절 아내와 딸을 교통사고로 잃었다. 이후 질 바이든을 만나며 안정을 되찾았지만, 지난 2015년에는 장남인 보 바이든까지 뇌종양으로 사망하는 슬픔을 겪었다. 첫번째 아내와 사별하고 장남을 잃는 우여곡절의 가정사 속에서도 바이든은 좌절하지 않았다.
정치인으로 도전을 지속한 바이든 당선인은 좌절을 딛고 지난 1988년과 2008년의 대선에 도전했으며, 이번에 세번째 도전 만에 백악관에 입성을 앞두고 있다. 박도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