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한 적극적 재정 정책에 따라 정부 지출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올해만 네 차례 추경예산이 편성됐다. 연말에 국가채무 비율이 43.9%에 달할 전망이다. 1~8월 통합재정수지 적자가 70조9000억원으로, 재정적자 비율이 3.7%로 상승했다.

정부가 발표한 재정준칙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재정준칙의 실효성 여부에 많은 비판이 제기된다. 2025년부터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통합재정수지 비율을 각각 60%와 -3% 내에서 관리하겠다고 정부는 발표했다. 그러나 한 가지 지표가 기준을 넘어도 다른 지표가 넘지 않으면 재정준칙을 충족한 것으로 간주된다. 재정준칙이 아니라 ‘재정변칙’이라는 비판이 무성하다. 여러 가지 예외 조항을 둬 준칙주의 정신이 제대로 지켜질지 회의적 시각이 많다.

재정 팽창의 주요 요인으로 지적되는 공무원 증원 문제도 여전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가공무원이 약 3만6000명 증가했다. 박근혜 정부 4년간 늘어난 숫자의 배를 상회한다. 전체 공무원은 지난 3년간 7.3% 늘어났다. 경기침체로 전체 비정규직은 지난해 87만명 늘어났지만 공공부문의 정규직은 오히려 늘어났다. 300개 공공기관에서 경쟁 없이 정규직 전환이 이뤄졌다. 반면 미국은 ‘작은 정부론’에 힘입어 총고용 대비 연방정부 공무원 비율이 1950년대 5% 선에서 2%대로 떨어졌다.

공무원 조직이 커지면 민간부문의 창의와 활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각종 규제도 늘어나게 된다. 한국납세자연맹 자료를 보면 공무원 1인당 평생 비용이 30억원을 상회한다. 17만명 이상 공무원을 늘리겠다는 선거공약이 실천되려면 향후 10만명 정도의 증원이 불가피하다. 그리스, 아르헨티나 등 재정위기를 겪은 나라에서 공무원이 급증한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 규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 예타 면제 규모가 36조원에 달했는데 올해 9월까지 면제액이 3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국가 균형발전을 이유로 한 예타 면제 확대 조치에 정치적 고려가 깊이 개입되면서 “예타가 정치가 돼버렸다”는 말이 현실화됐다.

특히 면제가 사회간접자본(SOC)에 집중되면서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2017년 17조원대로 급증한 이후 고삐 풀린 말처럼 폭주하는 양상이다.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에 지역 뉴딜사업이 추가되면서 예타 면제 결정이 정치적으로 흐를 개연성이 더욱 커졌다. 예타가 재정건전성을 지키는 파수꾼이라는 인식이 시급하다.

공기업의 방만경영과 도덕적 해이도 심각한 수준이다. 공기업의 경영 부실은 정부의 출자·출연으로 이어져 국민의 세금이 투입된다.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올해 임직원 성과급으로 30억원을 지급했다. 법인카드 방만 사용, 각종 기금 출연, 임직원 복리후생 지원 등도 언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의 선진국이 공기업의 경영 비효율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공기업의 책임 경영·수익성 제고 노력이 강화돼야 한다.

국고보고금의 관리 부실도 더는 방치할 수 없다.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8~2019년 국고 보조사업 1만1460개가 보조금 부정 사용 의혹으로 적발됐다.

올해 보조금 규모는 97조원에 달한다. 복지예산이 급증했지만 적절한 관리나 통제가 이뤄지지 못했다. ‘구멍 뚫린 보조금’ ‘눈먼 돈’이라는 말이 널리 회자된다. 보조금 수혜계층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보조금의 ‘정치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차제에 보조금 관리제도가 획기적으로 개선돼야 한다.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 국민의 세금을 아끼는 절실한 마음가짐이 필요한 때다.

박종구 초당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