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AI 등과 4대 미래성장사업으로 꼽아
삼바, 위탁생산 이어 개발·연구까지
올 상반기만 7건 계약…1조7000억 규모
‘CRO-CDO-CMO’ 원스톱 혁신기업 채비
에피스, 바이오시밀러 제조 분야 이끌어
또 하나의 ‘초일류 사업’ 성장 주목
이건희 삼성 회장의 별세로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의 시대를 맞게 됐다. 이 전 회장은 1990년대 초반 반도체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과감한 투자를 통해 반도체와 휴대폰 사업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며 삼성을 초일류 기업으로 키워냈다. 이렇게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을 이끌 이재용 부회장은 5G, 인공지능(AI), 전장부품과 함께 ‘바이오’를 4대 미래성장사업으로 꼽으며 바이오 사업에 대한 애정을 나타낸 바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까지 순항 중인 삼성바이오 사업이 이재용 부회장 시대를 맞아 또 하나의 초일류 사업으로 발전하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CMO(위탁생산) 성공 이어 CDO·CRO 사업으로 확장=삼성의 바이오 사업을 대표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는 지난 2011년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을 전문으로 하는 컨셉으로 설립됐다. 당시에는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이라는 사업이 생소했지만 삼성 그룹이 세운 기업이라는 점 때문에 설립 전부터 국내외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특히 2016년 코스피 상장 때는 많은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상장 후부터 시총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분식회계 논란으로 한 때 매매정지까지 갔지만 삼바는 이런 위기를 극복하고 현재 시가총액 순위 5위권에 있는 대형 기업이 됐다.
이런 삼바의 성장은 단순히 삼성 그룹 계열사라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삼바는 실제 바이오 사업에 진출한 뒤 매년 꾸준히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매년 매출이 상승하며 지난 해 매출은 7000억원 넘어섰는데 올 해는 상반기에만 7건의 위탁생산 계약 체결로 총 1조7000억원 규모의 수주금액을 달성했다. 수주금액만으로 지난해 매출보다 250% 이상 증가했다. 올 해는 매출 1조원 달성이 예상된다. 현재 삼바의 CMO 생산량은 36만4000리터로 글로벌 1위 규모다. 2023년 25만 6000리터의 슈퍼 플랜트 제 4공장까지 건설하게 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생산 물량의 30%를 차지하게 된다.
더구나 삼바는 이런 CMO 사업의 성공에 뒤이어 CDO(위탁개발), CRO(위탁연구) 사업까지 진출할 준비를 마쳤다. 삼성은 최근 미 샌프란시스코에 첫 글로벌 CDO R&D 센터를 오픈하며 본격적인 CDO 사업 진출을 알렸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송도 갯벌에서 시작했지만 2020년 CMO 챔피언을 달성했으며, 이번 첫 해외 CDO R&D 센터를 시작으로 2025년은 CDO 글로벌 챔피언, 올해 시작하는 CRO는 2030년 챔피언을 목표로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고 고객 만족도 높은 CRO-CDO-CMO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한 글로벌 최고 혁신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바이오시밀러 개발 삼성바이오에피스…유럽·미국 매출 매년 상승=또 다른 삼성 계열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는 지난 2012년 설립된 바이오의약품 개발 전문 기업이다. 주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제조하는데 국내에서는 셀트리온과 함께 이 분야를 이끌고 있다. 특히 에피스는 셀트리온보다 바이오시밀러 분야 진출이 10년 정도 늦었지만 오히려 파이프라인은 더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다. 현재 에피스는 3종의 자가면역질환 바이오시밀러(베네팔리, 플릭사비, 임랄디)와 1종의 항암 바이오시밀러(온트루잔트)를 유럽 및 미국 등에서 허가를 받고 파트너사를 통해 판매 중이다.
이 제품들은 매년 유럽 및 미국 매출이 상승세에 있다. 최근 에피스의 유럽 지역 마케팅 파트너사 바이오젠의 3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에피스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바이오시밀러 3종의 3분기 유럽 시장 매출은 2억790만달러(약 2430억원)로 전년 동기(1억 8360만달러) 대비 13% 상승했다.
에피스는 앞서 판매를 하고 있는 바이오시밀러 4종 이외에도 최근 대장암 치료 바이오시밀러 제품인 ‘에이빈시오’가 유럽 승인 뒤 미국 허가에 착수했고 첫 안과질환 치료제인 ‘SB11’도 유럽 허가 과정에 돌입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통해 환자들이 적기에 의약품을 처방받을 수 있는 안정적인 제품 공급 체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유럽, 미국 시장에서 지속적인 매출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자동차·시계 사업 실패 반복하지 않으려면…“지속적인 투자·전문인력 양성 힘써야”=이렇게 승승장구하고 있는 삼성의 바이오 사업이지만 분명 위기 요인도 있다. 의약품 사업은 고도의 기술력과 함께 숙련된 전문 인력이 필수인 분야다. 한 개의 신약개발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지만 신약개발 과정은 오랜 시간과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웬만한 뚝심이 있지 않으면 사업을 지속하기가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의약품 사업이라는 것이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이긴 하지만 자본, 시간 그리고 무엇보다 경영진의 신뢰가 없이는 사업을 지속해서 이어가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외부 환경도 변수다. 아무리 삼성이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로 바이오 사업에서 성장을 하게 되더라도 아직까지 규모나 기술면에서는 글로벌 제약사들에게 뒤지는 것이 현실이다. 글로벌 경쟁사들이 본격적으로 CMO나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뛰어든다면 삼성으로서는 쉽지 않은 장벽이 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시계, 유통 사업처럼 이건희 회장에게도 모든 사업이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재용의 바이오 사업도 꼭 성공할거라는 보장은 없다”며 “지속적인 투자와 전문인력 양성을 기본으로 하되 수시로 변하는 대내외 환경에도 적절히 대응해야 삼성의 바이오 사업도 초일류로 가는 길을 밟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