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인 없는 부동산 거래 추진?…“밥그릇 뺏는 처사”
각종 부동산 규제 정책으로 거래절벽 체감
부동산 중개보수 요율 조정 언급에 불만 폭주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블록체인으로 공문서 위조를 차단하면 굳이 중개사 없이도 부동산 직거래가 가능하다는 것이 정부의 논리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말이 안 됩니다. 블록체인은 어쩌면 거래를 안전하게 하기 위한 한 부분은 될 수 있어도, 공인중개사의 업무를 대체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
지난 7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이하 협회)는 정부가 추진을 검토한 ‘중개인 없는 부동산 거래시스템’에 반대한다며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발단은 기재부가 지난달 1일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이다. 기재부는 ‘19개 분야 블록체인 활용 실증’에 나서겠다고 했는데, ‘중개인 없는 부동산 거래’ 항목도 이 중 하나다.
한 공인중개사는 “‘중개인 없는’이란 문구는 한 직업의 밥그릇을 뺏겠다는 건데, 이런 말을 정부가 나서서 하고 있다”며 “이번 정권 들어 공인중개사는 동네북인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직거래, 말처럼 쉽지 않다…중개사 역할 상당해”
물론, 지금도 매도자와 매수자간 부동산 직거래는 가능하다. 다만, 협회 측 관계자는 “부동산 거래라는게 단순히 물건을 알선해주고 계약서를 쓰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며 “직거래를 하면 중개대상물에 대한 여러가지 사전 준비를 직접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공인중개사가 의무적으로 작성해야 하는 서류에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가 있다. 중개대상물에 대한 권리관계, 매수인이나 임차인이 사용하고자 하는 목적 그대로 이용할 수 있는지, 계약 이후에 불편이 예상되는 문제점은 없는지 등을 모두 살펴보고 기재해야 한다.
공인중개사가 사실에 근거한 증거 자료나 중개대상물에 대한 설명을 중개의뢰인에게 해주지 않을 시에는 자격정지처분을 받을 수 있다. 사전에 조사가 안 돼 의뢰인이 재산상 손해를 입으면 공인중개사에게 민사상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일반 주택은 그나마 쉬운편으로 물은 잘 나오는지, 배수상태는 괜찮은지, 냉난방 시설 작동이 잘 되는지 등을 확인하면 된다”면서 “그런데 토지나 일반 상가·점포는 이보다 복잡해서 공인중개사가 없으면 곤란하다”고 언급했다. 예컨대 음식점이라면 정화조 시설이 규격에 맞게 설치돼 있는지, 그리고 상가가 확장된 사실이 있어 관공서에서 불법건축물 시정권고가 내려온 것은 없는지 등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각종 부동산 정책에 거래절벽=중개사 일감 감소
게다가 정부가 각종 부동산 규제정책이 내놓으면서 거래절벽을 맞이하고 있다고도 토로했다. 공인중개사에겐 직접적으로 일감이 줄어든 셈이기 때문이다. 특히 전세는 새 임대차법 시행과 코로나 확산 등으로 재계약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전세매물 기근이 더 심해지고 있다.
관악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학생과 강남권 직장인들이 전월세로 많이 사는 지역인데, 최근 회전율이 크게 떨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이사를 가실 분들도 이건 뭐 보증금 월세 너무 올라서 못 옮기겠다, 2년 더 살겠다 하는 일이 많아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중개보수 요율 조정 언급은 엄한데 화풀이
뿐만 아니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국토부 차원에서 중개보수 요율에 손을 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해 중개사들이 들끓었던 일도 있다.
현 부동산 중개보수 요율표에 따르면 6억원 이상 고가 주택은 임대차 거래에선 0.8% 이내, 매매 거래에선 0.9% 이내다.
지난 8월25일 송언석 미래통합당 의원이 김 장관이 참석한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임대차 계약 수수료의 경우 5억원짜리 주택 임대를 중개하면 한도가 200만원인데 6억원 주택을 임대하면 한도가 480만원으로 높아진다”며 “과연 서민 실생활에 적합한 기준인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이 “부동산 중개 수수료에 대한 문제 제기가 많았다”며 “저희도 고민을 같이 해보겠다”고 답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당시 협회측은 “집값이 올랐으니까 중개보수가 조정이 돼야한다는 논리인데, 집값을 올린 것은 공인중개사들이 아닌데, 원인을 전혀 다른 데서 찾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또 “일반 공인중개사가 20억원짜리 아파트를 과연 1년에 몇 건이나 중개를 해보겠나. 보증금 5000만원에 월 50만원 이런 중개가 주를 이룬다”면서 “단순히 ‘한 건당 금액이 많네, 이건 줄여야겠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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