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업들 상대로 의견 수렴 작업 착수

“아직은 시기상조…독소조항도 가득” 입장

이달중 공동입장문 담아 정부에 제출키로

경제단체들이 지난달 정부가 입법예고한 집단소송제와 징벌적손해배상제 확대 방안에 대한 철회 건의서를 이달 중 제출한다. 여당이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에 대한 정기국회 강행 처리를 공식화하자 이후 이뤄질 추가 기업 규제의 입법 작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이를 계기로 기업 규제 입법 저지를 위한 경제단체들의 공동 전선이 보다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7일 재계에 따르면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주요 경제단체들은 지난달 28일 입법예고된 ‘집단소송법 제정안’과 ‘상법 개정안’에 대한 회원 기업들의 의견 수렴 작업에 착수했다.

경제단체들은 의견 수렴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최종 입장 정리 작업을 거쳐 이달 중 법안 도입의 철회 건의 입장을 공동으로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경제단체들은 국내 기업 환경상 집단소송제와 징벌적손해배상제 확대 방안의 도입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분명히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장기화하고 있는 만큼 기업에 부담이 되는 제도를 서둘러 도입하기에 부적절하다는 점을 정부에 전달키로 했다.

경제단체들은 또한 집단소송제와 징벌적손해배상제의 확대 방안을 담은 법안들에 독소조항이 가득하다는 점도 건의문에 함께 담을 예정이다.

법무부 개정안에는 기존 증권집단소송에 규정하던 3년간 3건 이상 관여한 변호사의 소송 참여를 제한하는 소송 대리인 자격 요건이 대폭 완화돼 소송의 남발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소송 대리인에 대해 기간과 대리 소송 건수로 제한을 두고 있는 것은 집단소송만을 전문으로 하는 법률인의 출현을 억제하기 위한 장치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은 “소송 대리인의 자격이 대폭 완화되면서 소송을 억제할 방어 장치가 사라졌다”고 우려했다.

또 정부 개정안은 집단소송 허가 결정이 있는 1심 재판에 국민참여재판을 도입키로 함에 따라 여론의 쏠림이 심한 사회 여건 상 여론 재판으로 변질될 것이라는 우려 또한 제기된다.

이 밖에도 피해자들이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도 집단소송에 필요한 증거 조사를 허가받을 수 있도록 한 한국형 디스커버리(증거개시제도)와 소송으로 이어진 분쟁에 대한 입증 책임을 기업에 부담하게 한 조항은 기업들의 영업비밀 유출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건의문에 함께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대해선 위헌을 둘러싼 갈등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를 담기로 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정부의 과징금 부과와 형법 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중처벌의 위헌소지를 지닌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실장은 “현재도 형사처벌, 행정제재, 민사소송 등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집단소송과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도입되면 기업들은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무엇보다 소송 대응 여력이 없는 중소, 중견 기업들의 피해가 막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순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