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입법준비 중인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법)’은 표면상으로는 상생을 외치지만 입증책임전환, 기술자료보호의 무기한성, 기존 영업비밀보호법과의 중복 등 그 이면에 과학기술정책이 상실된 과도한 국가규제와 간섭이 존재하는 봉건적 국가행정의 산물로 보인다.
중소기업의 권리구제를 목적으로 상생법에 도입된 여러 제도는 산업발전을 목적으로 한 특허법상 제도를 수용한 것이라고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특허법에 대한 이해부족에 의한 것이다. 특허는 엄격한 심사에 의해 취득된다. 특허의 내용은 공개되고 출원일로부터 20년의 보호기간이 지나면 공공재산이 되어 누구든지 그 특허기술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특허는 그러한 기술공개에 대한 보상으로 부여하는 것이다. 부동산의 내용과 그 소유자를 등기하는 것과 같이 누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를 외부에 명확히 알려 제3자가 그 침해를 회피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특허를 공개하는 하나의 목적이다.
그러나 상생법상 기술자료는 외부에 실체가 공개되지 않아 어느 누구도 취득 전에 기술자료가 무엇인지 알 수 없음에도 대기업에 자신이 기술침해를 하지 않았다는 증명책임을 부과하는 등 중소기업에 비대칭적 권력을 부여한다.
영업비밀이나 기술자료와 같은 비배타적인 정보는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케네스 애로가 언급한 ‘정보의 역설’이 적용된다. 이에 따르면 정보를 알기 전에는 정보의 내용이나 가치를 알 수 없으므로 그 취득에 대한 로열티를 산정할 수 없는데 로열티를 산정하기 위해서 정보를 취득하면 그 정보의 내용을 알게 되어 더 이상 거래할 가치가 없다. 오히려 상생법은 정보의 역설 상황을 악화시킨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이 가진 정보의 필요성을 확인하거나 로열티를 산정하기 위해 이를 취득하면 상생법상 입증책임의 전환 등 여러 부담을 지고, 반대로 중소기업은 강한 권력을 갖게 되므로 대기업은 중소기업과 기술거래를 하지 않거나 받은 기술로 인해 상쟁(相爭)이 발생할 것이다. 결국 중소기업의 자리를 이웃 중국 등 외국의 경쟁회사가 차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보의 역설은 영업비밀이나 기술자료는 그 확산이나 공유가 어렵기 때문에 국가는 특허취득을 장려해야 하는 정책방향을 제시한다. 그러나 상생법에 의해 중소기업은 손쉽게 막강한 권력을 갖기 때문에 엄격한 특허출원보다는 기술정보의 보유를 선호하고 그사이에 상생법으로 보호되는 저급한 기술도 양산될 것이다.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지식을 공유하고 확산시켜 과학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지식의 공유와 확산을 막아 과학기술 발전을 저해하는 정책적 오류를 범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기술교류로 상생하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협업으로 기술을 개발해 서로 공유하고 특허출원 하는 등 구체적 상황에 필요한 정책을 써야 한다. 국가는 상생법과 같은 특허와 기술정책을 도외시한 법률을 제정해 국가의 과학기술발전을 저해하기에 앞서 다수 법에 산재하는 기술유용에 관한 규정을 일관된 정책과 체계로 정비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대립이 아닌 협력과 협업을 통해 상생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가 아닐까 한다.
나종갑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