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 비중 조정…연말까지 8조원 추가 매도 전망
“개인주도 장세서 종목 추가하락 제한적” 분석도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 연기금이 최근 한달 새 1조원에 달하는 국내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 개인이 주도하고 있는 장세이지만, 연기금을 포함한 기관의 매도세가 향후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연기금의 매도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연기금 보유 비중이 높은 종목의 주가 하락도 점쳐진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최근 한달 동안 1조108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 기간 순매수한 날은 7일에 불과했다.
최근 한달 새 연기금이 가장 많이 팔아치운 종목은 삼성전자로, 3172억원을 순매도했고, 이어 NAVER(2092억원), LG화학(1519억원), SK텔레콤(1355억원), 카카오(957억원) 순이다.
특히 연기금이 약 12%의 지분을 갖고 있는 NAVER는 지난달 28일 이후 순매도를 이어오고 있다. NAVER는 지난달 27일 34만7000원으로 52주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23일 3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보유 비중이 연간 목표치를 넘어서면서 주가가 급등한 종목 위주로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다.
지난 6월 공개한 국민연금의 자금운용계획에 따르면 올해 목표로 잡은 국내 주식 비중은 17.3%로, 이미 올 상반기에 17.5%를 기록해 목표치를 넘어섰다.
퇴직연금 등을 관리하는 연기금은 수익성만큼이나 안정성도 중요해 전체 자산에서 위험자산인 주식의 비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상 국민연금은 목표 비중을 맞추기 위해 하반기가 되면 국내 주식을 더 사들이는 경향을 보여왔다”며 “올해는 이례적으로 목표 비중을 맞추기 위해 주식을 팔고 있는다”고 했다.
3월 이후 증시가 강세장 랠리를 펼치면서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거둔 만큼 그 중 일부 종목을 팔아 수익 실현에 나선 셈이다.
현재로선 연기금의 팔자 행진이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대 8조원까지 추가로 매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장희종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지수가 2400을 넘어서면서 연기금의 주식 비중이 목표기준을 웃돌고 있는 만큼 주식 추가 매수 여력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개인투자자 영향력이 커진 만큼 연기금의 매도 행진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센터장은 “과거엔 기관 힘이 막강해 증시를 좌지우지할 수 있었지만 최근 장세는 개인 위주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연기금 매도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연기금 매도에 따른 추가 하락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