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국민 숙박 할인쿠폰’ 발행 사흘 만에 50만장 발급
여행앱 ‘울며 겨자먹기’ 참여…‘코로나 독박’쓸까 불안
문체부, 사용기간 10월에서 12월로 연장 검토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차라리 쿠폰 발급 중단했으면!”
코로나19 위기가 심각해지는 가운데 정부의 ‘대국민 숙박 할인쿠폰’이 발행 사흘 만에 50만장 발급됐다. 총 발행 수량의 절반이다. 사업에 참여한 여행플랫폼업계는 이용자 중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했을 시 자칫 ‘독박’을 쓸까 불안해하고 있다. 특히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다.
19일 인터파크·야놀자·여기어때 등에 따르면 세 업체가 발급한 ‘대국민 숙박 할인쿠폰’ 수는 발행 후 사흘 동안 약 45만장이다. 여기에 소규모 온라인여행사(OTA)업체 24개에서 발급된 수량을 합치면 약 50만장에 달한다.
‘대국민 숙박 할인쿠폰’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한 지원사업이다. 코로나19로 위축된 관광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총 100만장을 발행했으며, 발급은 지난 14일부터 시작됐다. 쿠폰은 야놀자·여기어때와 같은 여행플랫폼, 온라인여행사 등을 통해 발급된다.
업계는 코로나19가 재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50만장이 팔린 상황이 오히려 부담스러운 입장이다. 쿠폰 이용자 중에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면 비난이 업계로 쏠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업계는 정부의 압박에 ‘울며 겨자먹기’로 사업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쿠폰 판매를 강행하는 것에 업계는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차라리 이번 지원사업이 중단되기를 다들 내심 바라는 눈치”라고 전했다.
더욱이 쿠폰을 판매할수록 업체 입장에서는 역마진이 나는 구조라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숙박 할인쿠폰은 ▷7만원 이상 숙박시설 4만원 할인 ▷7만원 이하 숙박시설 3만원 할인 두 종류다. 업체는 쿠폰 1장당 할인부담금 1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7만원 미만 상품을 판매할 경우 10% 수수료로 7000원의 매출이 발생하지만 할인부담금을 차감하면 3000원의 역마진이 나온다.
한편 본지 보도 후 쿠폰 발급 강행 논란이 일자 문체부는 뒤늦게 잠정 중단 결정을 발표했다. 발표 전까지 문체부는 오는 10월까지로 제한된 쿠폰 이용 기간을 12월까지로 연장하는 것을 검토 중이었다.
문체부는 한국관광공사, 온라인 여행사와 긴급회의를 열고 '대국민 숙박 할인쿠폰' 발급을 20일 오전 7시부터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이미 발급된 쿠폰 50만장에 대해서는 철저한 방역 하에 사용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 가능하면 발급된 쿠폰이라도 예약을 취소할 수 있도록 안내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