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측 “고소 전날 검찰에 알렸다” 밝혀
중앙지검 “유출 사실 없다”…셀프조사 논란
서울시는 “인권위 조사 적극 협조할 것”
靑은 ‘유출 보도’ 수사당국에 확인전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사망한 지 2주가 지났지만 “책임 주체가 조사 주체가 됐다”는 불똥이 검찰로 옮겨붙었다. 박 전 시장을 성추행 등 혐의로 고소한 전 비서 A 씨 측이 지난 22일 ‘고소 전날 서울중앙지검에 박 전 시장을 고소할 계획임을 알렸다’고 밝히면서 박 전 시장 피소 사실 유출 당사자에 대한 또 다른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같은 날 서울시는 ‘셀프조사’ 논란 끝에 민관합동조사단 구성 계획을 철회했다. 박 전 시장과 관련된 진실 규명의 공은 국가인권위원회로 넘어갔다.
▶검찰도 ‘셀프조사’ 논란 일 듯=23일 현재 경찰청, 청와대, 서울시청 관계자들을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수사해달라는 내용의 고발 건들은 현재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이창수)에 배당돼 있다.
그러나 지난 22일 A씨의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가 서울 모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소장이)완료된 상태에서 피해자와 상의한 다음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조사부장(유현정 부장검사)님께 연락을 드리고 면담을 요청했다. (해당 부장검사가)피고소인이 누구인지 확인한 후에 면담을 검토할 수 있다고 해 피고소인(박 전 시장)에 대해 말했다”고 밝혔다. 이후 경찰, 청와대, 서울시 외에 검찰을 통한 피소 사실 유출 가능성에 대한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회견 직후 서울중앙지검은 “김 변호사와의 통화 사실, 통화 내용, 고소장이 경찰에 접수된 사실에 대해 상급 기관에 보고하거나 외부에 알린 사실이 일체 없다”며 “서울중앙지검은 9일 16시30분경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이 접수돼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수사 지휘 검사가 유선 보고를 받아 처음 알게 됐다”고 선을 그었다.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상급 기관에는 사건을 배당한 대검찰청 역시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이 직접 수사에 나설 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셀프 조사’ 가능성에 대한 비난 여론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여기에 같은 날 오후 4시 서울시가 “(합동 진상)조사단 구성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피해자가 인권위 진정을 통해 조사를 의뢰할 경우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히면서, 답보 중인 진상 규명의 공은 인권위로 넘어갔다. 앞서 같은 날 오전 피해자 측은 회견에서 “서울시는 이 사안에서 책임의 주체이지 조사의 주체일 수 없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르면 인권위는 관계기관 등에 진정 조사에 관해 필요한 자료 등의 제출이나 사실 조회를 요구할 수 있고, 관계자에게 출석을 요구해 진술을 들을 수 있다. 관계기관은 인권위의 요구에 지체 없이 협조해야 한다. 하지만 인권위 조사 후 가능한 조치는 단순 ‘권고’에 그쳐, 서울시 직원에 대한 징계로 이어질 수 없다는 한계가 남는다.
이와 관련, A씨 측은 서울시의 발표 직후 향후 인권위 진정 일정에 대한 헤럴드경제의 문의에 “다음 주 안으로 제출할 것이지만 구체적인 날짜는 특정되지 않았다. 준비가 되는 대로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 ‘유출 보도’에 사실관계 확인 나선 靑=박 전 시장에 대한 ‘고소장 문건’이라며 인터넷에 떠돈 ‘지라시’의 유출자가 피해자의 어머니와 친분이 있는 목사라는 보도가 나오자, 청와대가 수사당국에 직접 전화를 걸어 기사의 사실 관계를 파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고발된 청와대가 수사 상황에 극도의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날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수사당국은 ‘고소장 문건’ 유출자를 특정한 언론 보도가 나오자 이날 오전 청와대의 연락을 받았다. 수사당국은 전화를 통해 해당 기사의 사실관계 여부를 청와대에 알려줬다. 수사당국 관계자는 “주요한 이슈에 청와대가 관심을 가지고, 이에 따라 대응하는 통상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한 매체는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 A씨 측이 경찰에 낸 고소장이라며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통해 확산된 이른바 ‘고소장 문건이 A씨 어머니와 친분이 있는 교회 관계자에 의해 유출됐다’고 보도했다.
피해자 A씨가 지난 5월 중순 김 변호사를 만나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실을 털어놨고, 이후 고소를 결심하고 소장에 적시할 내용을 정리하기 위해 ‘1차 진술서’를 작성했는데 이 진술서가 유출됐다는 것이 해당 보도의 내용이다. 박상현·박병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