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서 불붙이는 행정수도 이전론 강력 비판

2004년 결정으로 수도이전은 헌법사항…입법으로 해결 안돼

“수도이전은 국가 안위에 대한 문제…국민투표 반드시 거쳐야”

미래통합당이 합의하더라도 또다시 헌법소원 낼 것

이석연 전 법제처장 [연합]
이석연 전 법제처장 [연합]

[헤럴드경제=김진원·좌영길 기자] “수도건 행정수도건 헌법을 개정하거나, 개정에 준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는 것은 헌법의 가치, 헌법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2004년 신행정수도건설 특별법 위헌 결정을 이끌어냈던 이석연(66·사법연수원 17기) 전 법제처장은 22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최근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행정수도 이전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전 처장은 행정수도 이전을 입법으로 추진할 수 없다고 본다. 논거는 두가지다. 2004년 헌법재판소는 명문규정이 없더라도 대한민국의 수도가 서울이라는 점은 관습적으로 굳어진 헌법이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행정수도 이전을 하려면 법률 제정이 아닌 개헌을 거쳐야 한다는 게 이 전 처장의 생각이다.

또 다른 하나는 헌법의 국가 안위에 대한 국민투표 규정이다. “지금이라도 수도 이전하려면 국민투표해야 합니다. 수도이전 문제는 국가 안위에 대한 중요사항이기도 합니다. 헌법 72조를 봐도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사항은 국민투표 부쳐야 한다고 합니다.” 이 전 처장은 여권을 향해 ‘여론조사를 해보니 앞섰다고 한다면 당장이라도 국민투표에 부치라’고 한다.

2004년 예상을 뒤집고 위헌 결정을 이끌어냈던 이 전 처장은 미래통합당이 수도이전에 합의한다고 해도 16년만에 또 다시 헌법소원을 낼 생각이다. “2004년 행정수도 이전 특별법도 한나라당이 합의를 해준 법”이라고 한다. 그는 “선거에서 다수당을 차지했다고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헌법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라며 “헌법이 장식규범화, 명목규범화 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전 처장은 국회에서 법률 제정을 강행하더라도 위헌 결정이 나올 것이라 확신한다. “헌재가 소위 뭐 친 정권적 성향으로 채워졌다고들 하는데, 저는 헌법재판관들의 양식을 믿어요. 헌법적 가치라고 하는, 헌법을 통하지 않고 하위 법령인 법률로 하는 걸 헌재가 용인할 수 있을까요. 역사의 준엄한 심판이라는 감시가 있지 않습니까.”

이 전 처장은 정치활동을 위해 행정수도 문제를 대리한다는 시각에 대해서는 근거없는 편견이라고 일축한다.

“(2004년 위헌결정 받았지만) 그 당시 저는 정치권과 연결도 안했어요. 한나라당과도 상관 없이 사건을 맡았죠. 그러다 보니까 극렬세력에게 살해협박도 받았어요. 생각이 있었다면 정치권에 진출하지 않았겠습니까.”

이 전 처장은 헌법소송 분야 전문가로 오랫동안 연구에 매진해 왔다. 법제처 사무관과 법제관으로 일하다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뒤에는 헌법재판소 연구관으로 재직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원으로도 활동한 이력도 있다. 이명박 정부인 2008년 법제처장을 지냈고, 올해 초에는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그는 “충청권 표심을 얻기 위한 정략적인 판단으로 (수도이전을) 활용하는 것 같아 한탄스럽다”고 했다.

국회에서는 최근 개헌 논의도 불거지고 있다. 이 전 처장은 국회를 향해 “통치권을 행사하는 데만 헌법을 내세우고, 행사하는 과정에서 따라야 할 국민적 합의절차는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합의절차는 법률이 아니고 헌법이거든요. 그런 면에서 저는 헌법의 위기라고, 심각하게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