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벤처자금확보 대응책 고심
M&A때 기업결합 신고 완화 추진
임원겸임·사모펀드 설립신고 면제
별도의 개정안 마련해 발의 계획
CVC허용·벤처지주사 규제도 풀듯
대기업의 벤처투자를 가로막는 규제가 대폭 풀릴 전망이다. 경기 불황으로 스타트업·벤처기업들이 자금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자 정부가 팔을 걷고 나선 영향이다.
1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벤처기업 인수합병(M&A) 때 부과되는 기업결합 신고 의무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먼저 임원 겸임 규제를 풀 계획이다. 현재는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의 임원 중 한 명이라도 다른 회사(계열사 제외)의 임원을 겸임하면 신고해야 한다. 임원 겸임도 M&A 유형 중 하나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에 공정위의 심사·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규제를 완화해 겸임 대상 폭이 임원 총 수의 3분의 1 미만인 경우는 기업결합 신고 의무를 면제한다는 방침이다. 임원 수 3분의 1 미만까지는 겸임을 하더라도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기업이 사모펀드(PEF)를 설립할 때는 M&A 신고 의무가 면제되도록 하는 방안을 함께 추진한다. 설립은 그 자체가 돈을 모으는 과정이기 때문에 대상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나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기업 인수 단계선 여전히 신고 의무를 유지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별도로 발의해 입법화할 계획이다. 발의 시점이나 정부 입법을 할지 여부는 아직 미정이다.
국회 통과에도 난관이 있을 전망이다. 경영참여형 PEF의 경우 애초부터 투자대상회사의 경영권 참여를 전제로 설립된 것이고, 이 특성을 이용해 경제력 집중 수단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비판이 있다. 아울러 PEF는 원칙적으로 합작회사 형태로 설립되므로 전형적인 M&A에 해당해 신고를 면제할 이유가 없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 밖에 이미 추진 중인 벤처투자 활성화 정책에도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재추진키로 한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을 통해선 벤처지주회사와 관련된 규제를 대폭 풀 예정이다. 자산요건 기준을 500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낮추고, 보유 가능한 자회사의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달 중에는 지주회사가 기업형 벤처캐피털(CVC)를 제한적 허용하는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공정위가 이처럼 벤처투자 활성화에 힘을 쏟는 이유는 코로나19로 위축된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1분기 벤처 투자액은 74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 줄었다. 벤처 투자액은 2013년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성장해 왔는데 올 들어 7년 만에 처음으로 꺾였다.
시중에 넘치고 있는 자금이 벤처투자로 올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증시나 부동산으로 쏠리고 있는 시중자금이 활동할 수 있는 다양한 투자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제도팀장은 “정부 자금이 대부분 벤처투자 시장에 민간을 끌어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대기업이 벤처기업을 인수해 계열사가 되면 상호출자가 금지되고 채무보증에 제한이 있는 만큼 계열사 편입 유예 기간을 7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경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