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분만에 아파트 288채 완판

“돈 풀리면 집값 오른다” 믿음

6월 부동산가격 4.9% 올라

홍콩과 인접한 중국 광둥성 선전시에서는 지난 3월 신규 아파트를 온라인으로 분양이 이뤄졌다. 8분 만에 288채가 ‘완판’됐다. 비슷한 시기 장쑤성 쑤저우에서도 400여채가 순식간에 팔려나갔다. 상하이의 아파트 거래량은 4월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달에는 9000명이 선전시개발구의 아파트 청약 자격을 얻기 위해 1인당 100만위안(약 1억7220만원)에 달하는 보증금을 납입하기도 했다.

중국의 부동산 열기가 심상치 않다.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최근 중국 증시가 이상 급등했는데, 이를 능가하는 과열 조짐이 부동산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로 억눌렸던 부동산 수요가 터진 데다 불어난 유동성이 흘러들어 가면서다. 위안화 가치에 대한 불안감도 부동산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

중국 최대 부동산중개업소인 롄자 관계자는 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지난 3월엔 점심 먹을 시간조차 없을 정도로 손님이 몰려왔다”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로 중국 위안화 가치가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안전한 실물 자산인 부동산을 피난처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 부양으로 돈이 풀리면 부동산이 급등한다는 사실을 이미 몇 차례의 경험을 통해 알게 된 중국인들은 다시 부동산시장으로 달려가고 있다.

37세의 한 중국인은 WSJ에서 “정부가 돈을 찍으면 미국에서는 증시가 움직이지만 중국은 ‘절대적’으로 부동산이다”고 말했다. 42세의 영어교사는 “최근 선전시에 두 번째 집을 계약했다. 부동산에 투자하지 않으면 돈 가치는 반드시 하락한다”고 말했다.

개인뿐이 아니다. 기업들도 뛰어들었다. 대형 보험사와 국유기업은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 16일 중궈징지스바오(中國經濟時報)에 따르면 중국핑안(平安), 타이핑양(太平洋) 등 대형 보험사들이 부동산 프로젝트에 전략적 투자자로 나서거나 직접 투자를 대거 늘렸다. 중국 런바오(人保)생손보사는 최근 50억위안(약 8600억원)을 출자해 아예 부동산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자산거품이 2000년대 미국 부동산거품을 이미 넘어섰다고 진단하고 있다. 당시 미국에서는 연간 9000억달러가 부동산투자시장에 흘러들어 갔는데, 올 들어 6월까지 중국 부동산시장에 들어간 자금은 무려 1만4000억달러에 달했다. 지난달은 월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골드만삭스의 지난해 중국의 분야별 자산 규모 통계를 보면 부동산이 52조달러로 가장 많았다. 다음이 채권 12조달러, 주식 8조달러였다. 반면 미국은 부동산이 26조달러로 가장 적었고, 채권 44조달러, 주식 34조달러였다.

중국 정부는 아직 관망 중이다. 중국 통계국장은 16일 하반기 부동산 추세와 관련해 “상반기에 성장으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하락 구간에 머물고 있다.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중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3.2%를 기록하며 예상치를 뛰어 넘었다. 이 중에서도 부동산의 상반기 성장률은 전년 대비 1.9%를 기록했다. 1분기만 해도 -7.7%였지만 6월에 거래가 급증하면서다. 6월 부동산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4.9% 폭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