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 협조요청 공문에 ‘묵묵부답’

전직 시장단 별정직들 연락두절 상태

前비서실장 서정협 권한대행 조사한계

고(故) 박원순 시장의 직원 성추행 의혹 진상 규명을 위해 서울시가 경찰에 수사 의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여성가족정책실장 주도로 ‘민관합동조사단’ 구성 착수를 위해 뛰고 있지만, 17일 오전 9시 현재까지 고소인 측 여성단체는 참여 요청에 아무런 답변이 없는 상태다. 또 전직 시장단 별정직들의 연락두절 상태, 비서실장을 지낸 현 시장 권행대행까지 조사해야하는 점 등 여러 난맥으로 조사단은 구성 전부터 스텝이 꼬였다.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전날 한국여성의전화가 시의 조사단 참여 요청에는 불응한 채 2차 폭로를 잇자 이날 오후 서정협 시장 권한대행 주재로 대책회의를 열어 ‘경찰 수사 의뢰’ 여부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다영 여성가족정책실장은 17일 헤럴드경제에 “시가 보낸 공문(15일과 16일 2차례)에는 지원단체(여성단체)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겠다고 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아무런 답변이 없다”고 말했다. 송 실장은 경찰 수사 의뢰 가능성에 대해선 “향후 합동조사단 조사결과 위법사항이 드러나면 징계처리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실상 민관합동조사단은 강제수사권이 없는 ‘셀프조사’여서 한계는 명확하다. 조사단은 조사 대상을 피해자가 비서로 근무했던 2015년 중순부터 최근까지 별정직 80여명으로 잡고 있지만, 조사가 제대로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게다가 전직들 중 일부는 시와 연락까지 끊은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우리도 (박 시장 측근)젠더특보, 공보특보, 정책특보 등 모두 연락이 되지 않는다. 10일부로 당연퇴직한 시장단 별정직 27명이 모두 전화를 받지 않는다. 무책임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피해자의 고소장 접수 전에 박 시장에게 “시장님 관련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고 외부의 첩보를 전달한 임순영 젠더특보는 시에 전날 사직서를 제출했다. 시는 사표를 수리하는 대신 대기발령했다.

피해자가 비서실 근무 기간 중 비서실장(2015년3월~2016년7월)을 지낸 서정협 권한대행(행정1부시장)을 조사단이 조사할 수 있냐는 문제도 있다. 시는 15일 합동조사단 구성에 착수한다는 발표를 하기 두어시간 전에 “서 대행이 비서실장 재직 당시 이번 사안과 관련된 어떤 내용도 인지하거나 보고받은 바가 없다”고 서 대행의 공식 입장까지 냈다. 이는 조사단에게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정성, 객관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이진용·한지숙 기자